바람과 보리의 거리

바람과 보리가 친해진 거리를 종종 일회적 사건으로 느낄 때가 있다.

바람은 여전히 보리가 가까이 다가오면 하악질을 하지만 어떤 날은 아래 사진처럼 가까이 다가와서 잠들어도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어떤 날은 보리의 머리를 핥으며 그루밍을 하기도 했다.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예전이라면 결코 생길 수 없는 일이 요즘은 종종 일어난다. 1년하고 4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내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둘이 조금 더 친해진다는 느낌이다. 의심이지만 어쩐지 내가 없으면 둘이서 뭔가 꿍짝꿍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시간이 더 많이 흘러 내년 12월 즈음이면 둘이 같이 껴안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퀴어와 정신병의 관계, 짧은 메모

몇 해 전 미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정신병진단편람에서 트랜스젠더의 진단 항목이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에서 젠더불화(gender dysphoria)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하는 질병 분류표인 ICD가 새롭게 11판으로 개정한다고 한다(캔디가 알려줬다). 현재 베타판이 나왔고 GID 대신 젠더 불일치(?, gender incongruence)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완전 삭제가 아니라 명명과 설명 방식의 변경이다. 이와 관련하여 트랜스젠더 유럽이란 단체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트랜스젠더를 더 이상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은 중요한 진전이며 낙인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Not labelling trans people as mentally ill anymore will be an important step forward and will help to reduce stigma. (http://tgeu.org/who-publishes-icd-11-beta/)
이 구절을 읽고 화가 났다. 이런 식의 평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짐작 못 할 일은 아니지만, 트랜스젠더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어떻게 중요한 진전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은 정신병을 향한 기존의 낙인을 강화하는 태도며 기존의 낙인 구조 자체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트랜스젠더만 빼내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1973년 동성애를 정신병진단편람에서 제거하고 1980년 트랜스젠더를 정신정진단편람에 추가한 것의 2010년대 판본에 불과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정신병을 혐오나 구분짓기는 지금도 만연하다. 그리하여 정신병 이력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는 언제나 자신의 트랜스젠더퀴어 범주 자체를 부정당한다. ‘네가 정신병이 있어서 착각하는 것이다’란 말과 함께.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트랜스젠더란 범주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무슨 진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칫 정신병 혐오 및 정신병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를 부정하고 추방하는 현재 분위기가 ‘정상화’ 혹은 ‘정당화’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명칭이 무엇으로 바뀌건 어쨌거나 질병 분류기준에 등재되어 있다면, 해야 할 작업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라 정신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혐오하는 사회적 태도를 거스르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테면 퀴어정신병연구와 같은 작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아울러 트랜스젠더퀴어가 질병 분류 기준에서 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질병과 무관한 것처럼 반응한다면 이 역시 문제다. 질병과의 관계 자체를 다시 사유할 이슈며, 나아가 장애와 트랜스젠더퀴어의 접점, 교차점을 사유할 이슈지 이제는 무관한 이슈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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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홍보처럼 되었지만 허접한 글이 나왔습니다. 가을호에 쓴 글을 스캔해서 올리면 심각한 민폐지만, 제 글 하나 올린다고 판매고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요. 제 글이 어느 잡지에 실렸다고 애써 구매하실 분은 안 계실 테고요. 호호. 폰으로 스캔해서 올려뒀습니다. 글 후반에 퀴어를 정신병으로 여기는 태도를 다시 고민하는 부분이 매우 짧게 있습니다. 호호호. http://goo.gl/AOX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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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글을 모두 정리해두는 것을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으로 분석하는 분이 계셔서 종종 이렇게 글을 모아두는 게 께름칙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자건 저자건 자신이 쓴 글을 좀 제대로 정리해두면 좋겠다고 고민합니다. 한국이 워낙 기록을 안 하는 사회기도 하니까요. 흑역사를 애써 모아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하지만요. ㅠㅠㅠ

비염을 관리할 수 있다면…

어째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비염의 여파는 더 강해지는 듯합니다. 절대 적응은 안 되며 한번 터지면 더 강한 것 같은 느낌이고요. 그래서 비염을 어떻게든 잡아야겠다는 고민을 잠깐 했습니다.
이런저런 자료를 살피다가 한동안 아토피와 알레르기 관련 자료를 좀 살폈습니다. 특히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쓴 블로그 글을 여러 편 봤지요. 그 중엔, 아기일 땐 외출을 하기 힘들 정도로(외출하면 사람들이 아기를 괴물보듯 봐서) 심했는데 이런저런 방법으로 치료를 해서 지금은 겉으로는 티가 별로 안 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성공사례일까요?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토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아토피는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며 완치란 없으니까요.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아토피 증상이 발현한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평생 관리해야 하는 아토피를 걱정하는 듯도 합니다.
네,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현재 완치가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비염을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든 덜 발생하도록 관리하고, 비염이 터질 전조가 생겼을 때 처방약이 아닌 다른 약으로 진정시킬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특히 저에겐 처방약이 아닌 다른 약을 찾는 작업이 중요한데, 비염이 터졌을 때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슈도에페드린은 처방을 꺼리는 성분이거든요. 5일 연속으로 먹지 말라고 권하기도 하고 장복이 안 좋다고 하니까요. 실제 그전까진 한 알로 진정시켰는데 두 알, 세 알로 내성이 생기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처방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비염을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처방약을 완전히 끊지는 못 하겠지만 줄이는 작업은 필요하죠.
올해 비염이 터지면서 어째서인지 비염을 최대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이것저것을 먹어볼까 하고요. 혹은 알레르기에 안 좋다는 걸 덜 먹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고요. 유근피는 제겐 별무소용. 어느 한의사가 말하길 유근피에 효과를 보거나 어성초에 효과를 본다는데 저는 유근피가 안 맞았습니다. 어성초는 시도를 아예 안 했고요. 구매할 때 비용이 너무 큰 상황에서 다시 시도하기가 어려움… ;ㅅ; 효과가 없을 때 남은 제품을 처치하기도 어려움. ;ㅅ;
아무려나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고 나중에 정리해서 블로깅하겠습니다. 한두 달 걸리겠죠? 물론 테스트할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ㅠㅠㅠ 최대한 비염이 안 터지도록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