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미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정신병진단편람에서 트랜스젠더의 진단 항목이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에서 젠더불화(gender dysphoria)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하는 질병 분류표인 ICD가 새롭게 11판으로 개정한다고 한다(캔디가 알려줬다). 현재 베타판이 나왔고 GID 대신 젠더 불일치(?, gender incongruence)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완전 삭제가 아니라 명명과 설명 방식의 변경이다. 이와 관련하여 트랜스젠더 유럽이란 단체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트랜스젠더를 더 이상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은 중요한 진전이며 낙인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화가 났다. 이런 식의 평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짐작 못 할 일은 아니지만, 트랜스젠더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어떻게 중요한 진전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은 정신병을 향한 기존의 낙인을 강화하는 태도며 기존의 낙인 구조 자체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트랜스젠더만 빼내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1973년 동성애를 정신병진단편람에서 제거하고 1980년 트랜스젠더를 정신정진단편람에 추가한 것의 2010년대 판본에 불과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정신병을 혐오나 구분짓기는 지금도 만연하다. 그리하여 정신병 이력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는 언제나 자신의 트랜스젠더퀴어 범주 자체를 부정당한다. ‘네가 정신병이 있어서 착각하는 것이다’란 말과 함께.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트랜스젠더란 범주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무슨 진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칫 정신병 혐오 및 정신병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를 부정하고 추방하는 현재 분위기가 ‘정상화’ 혹은 ‘정당화’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명칭이 무엇으로 바뀌건 어쨌거나 질병 분류기준에 등재되어 있다면, 해야 할 작업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라 정신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혐오하는 사회적 태도를 거스르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테면 퀴어정신병연구와 같은 작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아울러 트랜스젠더퀴어가 질병 분류 기준에서 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질병과 무관한 것처럼 반응한다면 이 역시 문제다. 질병과의 관계 자체를 다시 사유할 이슈며, 나아가 장애와 트랜스젠더퀴어의 접점, 교차점을 사유할 이슈지 이제는 무관한 이슈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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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홍보처럼 되었지만 허접한 글이 나왔습니다. 가을호에 쓴 글을 스캔해서 올리면 심각한 민폐지만, 제 글 하나 올린다고 판매고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요. 제 글이 어느 잡지에 실렸다고 애써 구매하실 분은 안 계실 테고요. 호호. 폰으로 스캔해서 올려뒀습니다. 글 후반에 퀴어를 정신병으로 여기는 태도를 다시 고민하는 부분이 매우 짧게 있습니다. 호호호.
http://goo.gl/AOX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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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글을 모두 정리해두는 것을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으로 분석하는 분이 계셔서 종종 이렇게 글을 모아두는 게 께름칙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자건 저자건 자신이 쓴 글을 좀 제대로 정리해두면 좋겠다고 고민합니다. 한국이 워낙 기록을 안 하는 사회기도 하니까요. 흑역사를 애써 모아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하지만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