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의 효능은 무엇을 예방하려는 것인가?

곡류나 여러 채소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면 거의 만병통치곡임을 알 수 있다. 항산화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다이어트에 좋고, 피부에 좋으며 고혈압, 당뇨병 예방이나 적정한 관리에 도움이 되고… 뇌에 도움이 되어 치매를 예방하고… 많은 곡물과 채소가 이런 식으로 영양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곡물의 영양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건강 이야기며 질병 이야기다. 지금은 피부, 노화방지, 다이어트, 당뇨병, 고혈압, 탈모예방 등이 사회적 관심이란 뜻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예전에 블로깅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효능을 읽을 때마다 몸이 복잡하다. 이 곡물은 여성에게 이렇게 좋고, 저 곡물은 남성에게 저렇게 좋다는 말을 종종 찾을 수 있다. 트랜스젠더퀴어인 나는 어디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까? 좋다고 했을 때의 여성과 남성은 어떤 기준일까? 호르몬을 시작했다면 mtf/트랜스여성은 여성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ftm/트랜스남성은 남성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따라야 할까? 수술을 했다면 그때부터 따라야 할까? 하지만 염색체가 안 바뀌었으니 영영 그 구분에 따를 수 없는가? 그런데 젠더퀴어는? 그러니까 이런 식의 구분, 남성에게 좋다, 여성에게 좋다란 구분은 영원히 불가능한 기획처럼 읽힌다. ㄱ 곡물은 여성에게 좋고, ㄴ 곡물은 남성에게 좋다는 식의 표현은 여성과 남성에게 맞춤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여성-남성이라는 이원젠더 규범에 존재를 맞추도록 하는 의도로 읽힌다. 식사의 내용에서 젠더를 규율한다.
곡물이나 채소의 영양과 효능을 살피며 ‘자연스레’ 병과 관련한 정보를 찾았다. 고혈압보다 당뇨병에서 걸렸다. 고민의 방향이 복잡해졌다. 고혈압이 뇌경색, 뇌졸중 등과 관련 있음을 배웠을 때도 고민이 얕았다. 하지만 당뇨병을 살피며 조금 달라졌다. 한국에서 다리를 절단하는 원인이, 교통사고를 제하면 당뇨병이라고 한다. 실명하는 원인 중 1위도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병의 합병증이 ‘악화’될 때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약하자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는 것,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떻게든 잘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생활을 원활하게 만들고자 하는 기획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되지 않기 위한 기획이란 뜻이기도 할까? 논리적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를 혐오하고 은폐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무관한 내용은 아니라는 의심이다.
다른 말로 슈퍼푸드를 찾고, 곡물의 효능을 알리며 질병을 예방하거나 관리하려는 기획이 장애의 기피 혹은 부정과 어떤 형태로건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추정이고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약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가 이 관계를 정밀하게 연구해서 설명해주면 좋겠다. 아니, 이미 누군가가 작업했을까? 했겠지? 내가 고민하는 건 이미 누군가 했더라고. 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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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중독이 밀가루나 쌀처럼 곡류를 많이 먹는다는 뜻의 중독이 아니라 단당류와 이당류 등 단순당에 해당하는 설탕, 감미료, 시럽, 과자, 케익이나 빵 등에 중독이란 걸 처음 배웠다. 이 지식 자체가 충격이다.

반동성애 설교를 10편이나 듣는 은혜로운 하루

지난 6월 28일 서울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퍼레이드를 진행하던 날을 한국교회총연합회는 ‘동성애 조장 반대 주일’로 선포했다. 그리고 소속 교회는 동성애 반대 설교를 진행했다. 어떤 교회 담임목사는 사전에 준비한 주제가 있는데 급하게 바꿨다는 말을 했다.
퀴어락에 언제 등록할지, 등록할 수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어쨌거나 필요하고 수집해둘 가치가 있는 자료라서 종일 해당 설교 동영상을 수집했다. 속도가 느려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려 고작 열두어 편 정도 밖에 못 받았지만. 받으면서 관련 자료를 더 살피는 한편 설교를 직접 들으면서 작업을 했다.
아아, 은혜로운 하루였습니다. 여러 목사의 설교를 10편 가량이나 듣는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은혜를 받을 겁니다. (이미 받았나? 후후)
다른 자료 수집을 병행하며 들어서 대충 듣고 지나친 부분도 있지만 아무려나 목사들… 예배 때 사용하는 설교문을 매매한다는데 정말 그러했다. ㅅ교회 ㅅ목사가 5월 말에 했던 설교를 여러 목사가 거의 그대로 사용하거나 일부를 조금만 바꿔서 사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몇몇 교회에선 영상을 틀었는데 이 영상은 한국교회총연합회에서 배포했나? 동일한 영상을 사용하고 있었다. 목사마다 조금 수정해서 사용하는 내용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트랜스젠더는 일찍 죽는다는 내용도 어느 목사가 그대로 사용했는데 ㅅ목사에 비해 맥락 없이 등장했다 사라져서 심심했달까.
근데 오늘 들은 10편 가량의 설교 영상을 듣고 있자니, 설교 자체는 확실히 ㅅ목사가 잘한다. 게이를 비난하면서도 게이 흉내낸다고 끼도 떨고. ㅅ 목사의 설교를 구매했는지 참고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동일한 내용을 하며 다른 목사는 끼를 떨며 흉내내지는 않았다. 이단이란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ㅅ 목사 이분, 어쩐지… 익숙한 몸짓이었는데… 😛
아무려나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좀 더 수집해둬야겠다. 지금이야 필요없겠다고 느끼겠지만 나중엔 소중한 기록이니까.

목사의 언술행위를 분석하기

“성전환자는 엄청 빨리 늙는다. 조로현상이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지금 만나면, 목사님은 조금도 안 늙었다고 피부가 참 좋다고 말해요. 5년 동안 제가 왜 안 늙었겠어요. 다만 제가 성전환을 안 해서 조로하지 않아요.”
오늘 들은 모 목사의 설교 일부다. 설교문에는 없고 촬영 영상에만 나오는 말을 기억나는대로 쓴 거다.
듣는데 은근 재밌다. 사상사조를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고 구주주의는 로마, 신라시대를 포괄하는 사상사조라고 설명한다거나, 네오맑시즘은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거나, 데리다의 차연을 차이로 말하며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거나…
용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그냥 다 틀린 말이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술행위가 어떻게 조직되는가를 살피는 게 진짜 재미다. 이른바 큰용어, 학술용어를 적당히 빌려와 전혀 다른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구성하는 이 언술행위를 분석하는 것이 진짜 재미지. 내가 기독교 근본주의에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어도 본격 작업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