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언술행위를 분석하기

“성전환자는 엄청 빨리 늙는다. 조로현상이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지금 만나면, 목사님은 조금도 안 늙었다고 피부가 참 좋다고 말해요. 5년 동안 제가 왜 안 늙었겠어요. 다만 제가 성전환을 안 해서 조로하지 않아요.”
오늘 들은 모 목사의 설교 일부다. 설교문에는 없고 촬영 영상에만 나오는 말을 기억나는대로 쓴 거다.
듣는데 은근 재밌다. 사상사조를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고 구주주의는 로마, 신라시대를 포괄하는 사상사조라고 설명한다거나, 네오맑시즘은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거나, 데리다의 차연을 차이로 말하며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거나…
용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그냥 다 틀린 말이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술행위가 어떻게 조직되는가를 살피는 게 진짜 재미다. 이른바 큰용어, 학술용어를 적당히 빌려와 전혀 다른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구성하는 이 언술행위를 분석하는 것이 진짜 재미지. 내가 기독교 근본주의에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어도 본격 작업했을 텐데…

그때 몰랐던 건 몰라서 다행이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이란 말을 들은 것도 같다. 요즘은 지금 알고 있는 건 그냥 지금 내가 알 때가 되어서 아는 것 뿐이며 지금 알게 된 것이 더 좋다고 고민한다. 그땐 몰랐던 게 더 좋았다.
예를 들어 나는 채식을 시작하며 얼추 7~8년이 지나서야 채식주의에도 여러 단계가 있음을 알았다. 찾아본 게 아니라 그냐 우연히 어떤 자리에 TV가 켜져 있었고 그곳에서 채식이 유행이라며 설명하는 뉴스가 나왔고 그래서 알았다. 그걸 못 봤다면 더 오래 몰랐겠지. 그리고 채식이 유행인지 웰빙이 유행이었는지 헷갈리지만(채식이 유행이란 말은 몇 년에 한 번은 듣는 듯하니까… 채식 식당이나 비건도 먹을 수 있는 빵집이 늘긴 했지만 보통 식당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유행이란 주장도 그냥 방송에서 방송용으로 만든 것인 듯하지만) 덕분에 내가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줄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무지는 가족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를 그나마 완화시켰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채식을 시작한 나는 부모님의 염려를 들을 때마다 그저 침묵으로 고집을 표현했다. 달리 뭐라고 표현하겠는가? 채식이 성장기에 안 좋다는 말씀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기에 그냥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뭔가를 알았다면, 그때 내가 뭔가를 찾아보고 어떤 정보로 부모님의 걱정에 대응했다면 더 많이 싸웠을 것이다. 설득하기보다 더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땐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차라리 마음 편하다. 그때 몰라서 반박하지 못 했던 것(물론 그땐, 즉 1990년대 중반엔 관련 정보를 찾을 방법 자체가 거의 없었지만)이 참 다행이지. 그래, 그땐 알았다면 했지만, 지금은 그땐 몰라서 참 다행이다. 덜 싸워서, 관계는 안 좋았지만 덜 싸워서… 참 다행이다 싶다.
그냥 문득 슬퍼서…

아토피와 식당 메뉴판

비록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같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둘 다 음식물과 관련이 있고 식습관과도 밀접하다. 아토피가 많이 발생하면서 비건빵이 또 다른 수요층을 만든 것처럼. 동시에 아토피는 한국에서 꽤 오래 전부터 문제로 논의되었고 여전히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근래 들어 과자봉지를 살피면 ‘본 제품은 이것 저것을 포함했을 수도 있다’ 혹은 ‘이 제품은 우유, 콩 등을 사용한 생산시설에서 만들었다’와 같은 구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토피가 이토록 큰 문제라고 하는데 음식점에선 왜 해당 식품엔 어떤 성분이 들어갔다와 같은 표기를 전혀 안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제대로 된 답을 듣기란 무척 요원하다.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식당에서 주문하기 전 ‘땅콩이 들어가냐’고 물었단다. 직원은 그게 왜 들어가냐며 안 들어간다고 답했단다. 하지만 주방장에게 다시 확인하니 들어간다고… 주방장에게까지 확인을 할 수 있으면 운이 좋거나 다행이지. 이런 것 물어보면 귀찮아하거나 대충 답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 음식점 직원이 대충 답하는 문제는 구조적 문제기도 하다. 워낙 과중한 일인데다 사람을 많이 받고 급여는 무척 낮으니까. 동시에 직원이 수시로 바뀌기도 해서 서빙하는 직원에게 물어봐선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니 가장 간편한 것은 메뉴판에 알레르기 발생 요인으로 지목된 제품이 포함되면 그것을 표시해주면 된다. 간단한 일이다. 직원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고. 하지만 정말로 이것을 하지 않는다. 물어봐도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가 없다.
아토피가 그토록 문제라고, 한땐 방송에서 수시로 떠들었으면서 왜 식당에선 이것을 알리는 방식으로 메뉴판을 만들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덧붙이면…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한 식당은 진짜 없다.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다.
+
E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내 기억으로 재구성했다. 그런데 이 주제로 블로깅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주제 자체를 까먹었다. 그리고 E가 이를 다시 떠올려줬다. E에겐 고마움을.. 그리고 정말로 뇌에 좋은 음식을 찾아서 먹어야겠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