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채식 잡담

다소 단순한 작업을 하는 하루여서 종일 유튜브를 틀어놓았다. 그러며 현미와 채식 관련 영상을 여럿 봤다/들었다. 간혹 영상을 보기도 했지만 라디오처럼 소리만 흘리듯 들었다.

그 과정에서 목숨걸고 현미채식하라는 그 의사의 영상도 여럿 들었다/보았다. 오오, 현미, 오오, 현미! 물론 현미과 관련한 설명은 다른 많은 곡물과 채소를 툭하면 슈퍼푸드라고 부르고 효능 설명은 마치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설명하는 것을 닮은 것도 같았다. (동시에 곡물의 효능을 읽고 있으면 지금 한국의 건강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다이어트, 고혈압, 당뇨, 피부, 아토피… 이런 곳에만 효과가 있겠느냐만 주로 이와 관련한 효능을 말한다는 점은 이것이 지금의 관심사란 뜻이다.) 그 현미를 중심으로 한 현미채식을 먹은 고혈압진단인, 실험 참가자 모두 고혈압과 당뇨 혈당이 이른바 정상치 수준에서 관리가 되었다. 완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약으로도 제대로 관리가 어려웠는데 현미채식을 하니 차도가 있더라고. 뿐만 아니라 현미채식으로 하루 세 끼를 먹으니 살이 계속해서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약을 버리고 현미채식으로 (고)혈압을 관리하는 그 의사가 요구하는 식단은 고기, 생선, 달걀, 우유, 쌀, 보리(도정 때문인 듯하다, 현미처럼 통보리면 괜찮을 듯), 달콤한 것, 술, 담배, 커피 등을 완전히 끊으라고 요구한다. 줄이는 게 아니라고 끊으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현미와 찰현미를 반반 섞은 밥에 채식으로 식단을 꾸리라고 한다. 그 식단을 보며 나는 못 하겠다.

이미 현미(5분도로 추정)를 중심으로 밥을 먹고 있고 앞으론 1분도 현미를 먹을 예정이며 비건으로 살고 있는데 현미채식을 못 하겠다고? 응, 못 하겠다. 정크비건에 꿀비건인 나는, 채식라면을 비롯한 면 음식을 정말 사랑하는 나는 현미채식 못 하겠더라. 초콜릿을 좋아하고 가끔씩 단 게 엄청 땡기는 나는 그거 못 하겠더라.

그래서 현미채식 실험에 참가한 이들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참가자 중 한 명이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 마음 어쩐지 알 것 같았다. 호호.

영상을 여럿 들으며 내가 비염이 그나마 지금 수준에서 관리기 되는 건 채식 때문은 맞는 듯도 하다. 라면을 비롯해 국수 등에서 벗어나면 더 좋아지겠지만… 라면은 진리지.

쓸데없는 걱정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선 엄청 방대하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흠칫 놀란다. 트랜스젠더퀴어이론이야 그냥 하는 거고 역사학, 번역학, 범죄학, 병리학, 법학, 성교육, 국가정책, 성과학, 서사학, 장애학, 의료사, 인구학 등을 기본은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내가 학위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란 걱정을 한다. 나는 괜찮을까? 물론 모든 학제를 방대하게, 충분히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한 문장을 쓰기 위해 10편의 참고문헌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논문 한 편 읽고 글을 쓸 수는 없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누군가가 보기엔 욕심이 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욕심을 최소화한 기획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얼마나 덜 망하느냐가 관건이지 안 망하느냐는 고민거리도 아니다. 아아… 게을러서 지금까지 공부를 안 했더니 커다란 불덩이가 내 발에서 타고 있음을 몰랐구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어디로 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런 점에선 두근거린다. 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사실은 여성학/문화학 혹은 트랜스젠더퀴어 연구가 결코 별도의 학제로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간학제, 다학제, 혹은 내가 선호하는 표현으로 잡학은 유행이 아니라 그냥 기본이다.

바람과 보리의 거리

얼마 전에 찍은 바람과 보리의 거리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거리로 가까이 있곤 한다.
내년엔 서로 그루밍해주는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ㅅ;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

눈동자가 특히 예쁘게 나온 바람~

어쩐지 사진이 마음에 드는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