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글

책은 나왔지만 글은 괜히 썼다는 그런 기분이 든다면… 그냥 몸이 복잡해서 그런 것이겠지?
최근에 나온 책과 관련한 고민이다. 이슈 자체가 너무 지금 현재 이슈여서 그 글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를 냈을 때와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사실 그 책에 실린 글은 몇 안 되는 좋아하는 글(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글)이라 그런지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은 책에 글을 괜히 실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니까 아쉬움이 가득한 글이다. 어쩐지 그냥 부끄럽기도 하다. 더 잘 써야 했는데…
문득 고민하기를 나는 왜 논의 말미에선 어떤 식으로건 논의를 수습하려고 할까? 그 밀어붙여서 독자가 당황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데 앞서 논의를 기존 익숙함으로 어떻게든 수습하고 봉합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건 지금 사회에서 내가 협상하는 글쓰기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지금이 마지막 출판이라면 그냥 내지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어떤 강한 불만처럼 이런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번에 출판한 글은, 나의 소심함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글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부끄럽다.
부끄러우니 닥치고 공부를 해야지. 부끄러우니까 내 부끄러움을 더 생생히 직면하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기억력이…

치매가 유전이란 말이 있고, 실제 부모나 외/조부모 쪽에 치매가 있음 후손의 치매 발생율이 2배라고 한다. 그래서 나의 노후 혹은 중년 이후의 삶엔 언제나 치매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늘 치매를 염두에 두고, 상당히 불안해 하며 나중의 삶을 상상하고 있다.

오늘 갑자기 E와 치매를 이야기하다가 E가 이것저것을 찾아 알려줬다. 그 중 하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조언이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스도쿠가 치매예방에 좋다지만 수학자 중에서도 치매에 걸린 경우가 있지 않았나? 또한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서도 치매 걸린 사람이 많지 않나? 하지만 문득 납득했는데 나는 책을 별로 안 읽고 게을러서 공부도 많이 안 하니까 치매에 걸려도 그럴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아항! 우후후.

어차피 어떤 병에 걸리는 건 언제나 우발적 상황이지. 5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리듯.

암튼 오늘 점심 때 사무실 사람들과 식사를 하다가 다섯 명 중 어쩐지 내가 가장 뇌 퇴화(?) 현상이 심하다는 걸 확인했다. 우후후. 결코 읽은 적 없다고 기억하는 책을 펼쳤는데 밑줄에 깨알같은 메모까지 가득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 어떤 땐 새 논문 읽는 기분으로 같은 논문을 두 번 읽었지… 그것도 새로 인쇄해서. 뉴후후.

오메가3이 많이 든 곡류를 좀 먹어야 할까 보다. 모 님은 강의 자리에서 꾸준히 먹어도 별 효과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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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블로깅을 하려면 트래픽 초과가 떠서 답글을 못 달고 있습니다. 블로깅은 모바일로만 간신히… ㅠㅠㅠ 답글이 없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ㅠㅠㅠ

좋은 논문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을 읽다보면, 특히 영어논문을 읽다보면 이 논문을 ㄱ에게 건네준다면 참 재밌게 읽을 텐데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ㄱ은 영어로 된 글을 못 읽기 때문에 권할 수가 없다. 아쉬운 일인데 ㄱ의 영어실력이 아니라 그 논문이 하필 영어란 점이다. 무척 아쉽다. 그렇다고 그 논문을 번역하기엔 관심 있을 사람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애매한 작업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아마도 한국어 자막이 없는 영상을 권하고 싶은 이들이 이런 마음이겠지. 나는 영어 읽기만 간신히 할 수 있을 뿐 듣기나 쓰기 말하기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동영상이 있어도 영어 듣기가 안 되니 아쉽기만 하다.

자동 번역 기술이 더 빨리, 뛰어나게 발전되었으면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언어가 만드는 지식과 정보의 장벽, 혹은 제약, 권력행위 같은 걸 질문하고 샆다. 그런데 영어를 못 하는 것이 정보나 고민의 깊이와는 아무 상관없더라. 공부의 양과 깊이지 영어의 문제는 아니더라. 그래서 늘 어정쩡한 내가 부끄럽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