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걱정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선 엄청 방대하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흠칫 놀란다. 트랜스젠더퀴어이론이야 그냥 하는 거고 역사학, 번역학, 범죄학, 병리학, 법학, 성교육, 국가정책, 성과학, 서사학, 장애학, 의료사, 인구학 등을 기본은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내가 학위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란 걱정을 한다. 나는 괜찮을까? 물론 모든 학제를 방대하게, 충분히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한 문장을 쓰기 위해 10편의 참고문헌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논문 한 편 읽고 글을 쓸 수는 없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누군가가 보기엔 욕심이 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욕심을 최소화한 기획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얼마나 덜 망하느냐가 관건이지 안 망하느냐는 고민거리도 아니다. 아아… 게을러서 지금까지 공부를 안 했더니 커다란 불덩이가 내 발에서 타고 있음을 몰랐구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어디로 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런 점에선 두근거린다. 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사실은 여성학/문화학 혹은 트랜스젠더퀴어 연구가 결코 별도의 학제로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간학제, 다학제, 혹은 내가 선호하는 표현으로 잡학은 유행이 아니라 그냥 기본이다.

바람과 보리의 거리

얼마 전에 찍은 바람과 보리의 거리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거리로 가까이 있곤 한다.
내년엔 서로 그루밍해주는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ㅅ;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

눈동자가 특히 예쁘게 나온 바람~

어쩐지 사진이 마음에 드는 보리!

부끄러운 글

책은 나왔지만 글은 괜히 썼다는 그런 기분이 든다면… 그냥 몸이 복잡해서 그런 것이겠지?
최근에 나온 책과 관련한 고민이다. 이슈 자체가 너무 지금 현재 이슈여서 그 글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를 냈을 때와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사실 그 책에 실린 글은 몇 안 되는 좋아하는 글(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글)이라 그런지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은 책에 글을 괜히 실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니까 아쉬움이 가득한 글이다. 어쩐지 그냥 부끄럽기도 하다. 더 잘 써야 했는데…
문득 고민하기를 나는 왜 논의 말미에선 어떤 식으로건 논의를 수습하려고 할까? 그 밀어붙여서 독자가 당황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데 앞서 논의를 기존 익숙함으로 어떻게든 수습하고 봉합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건 지금 사회에서 내가 협상하는 글쓰기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지금이 마지막 출판이라면 그냥 내지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어떤 강한 불만처럼 이런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번에 출판한 글은, 나의 소심함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글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부끄럽다.
부끄러우니 닥치고 공부를 해야지. 부끄러우니까 내 부끄러움을 더 생생히 직면하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