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론은 문화적 산물이지만 내가 배운 습관에서 이론을 문화 텍스트, 즉 영화 텍스트나 문화적 현상으로 다루는 경우는 잘 없었다. 이런 방법론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며 나 역시 트랜스페미니즘을 논할 때 문화텍스트로 이론을 다루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도 나는 늘 각 논의를 꼼꼼하게 분석했고 이상한 소리일 때도 논리적으로 해설한 뒤 비판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이론은 언제나 이론을 비평하는 어떤 형식에 맞춰 접근했지 문화현상을 개괄하듯 접근하지는 않았다.
오늘 애착과 범죄 강의를 하면서, 질의응답 때 토리 님의 질문을 듣다가 문득 깨닫기를 나는 애착이론을 문화텍스트로 접근하고 있었다. 꼼꼼하게 이론적 논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도 더 이상 설명하기가 힘들긴 하다. ^^; 문득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이런 방법을 사용했겠지… 아무려나 이론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독해한다면 이론에서 전혀 다른 가능성과 균열을 독해할 수 있겠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것은 비판에 목메기보다 징후로 독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어떤 가능성을 찾아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했을 것이머 어쩐지 누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일종의 몸이 깨닫는 느낌으로 이제야 깨달아 기쁘달까. 헤헤. 뭔가 재밌는 작업이 되겠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