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보장!”
오는 일요일에 진행하는 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의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전시회 홍보를 하며 “노잼 보장!”이란 문구를 덧붙일까 했다. “축제 속의 고요”란 구절은 적었으니 “노잼 보장”을 적으면 화룡점정이구나 싶었다. 재미 없음은 확실히 보장한다는 말이 컨셉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하며 전시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자의 입장과 트랜스젠더퀴어 역사연구자이자 아키비스트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겠구나 깨달았다. 전시에 집중하는 전문 기획자라면 방문자에게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할 것이다. 역사연구자인 나는 재미보다는 역사적 의미, 사건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전시회는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기록물로 점철되었다. 물론 이것이 퀴어락 단독 전시회라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의미가 클 수도 있고. 하지만 이건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 및 퍼레이드 때 진행하는 전시회다. 사방이 북적북적한데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 전시회라니… 괜찮을까?
나는 이것이 정말로 나의 성격 혹은 강의 스타일을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농담을 거의 안 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별로 안 하고 시종일관 진지…가 아니라 딱딱하기만 한 스타일이 전시회에도 반영되었다. 요즘 시대에 재미없는 강의는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내용 전달에도 실패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니… 아니, 이런 스타일에서 벗어날 의지가 별로 없으니…
아무려나 트랜스젠더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 한국 퀴어 운동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 LGBT/퀴어 운동에서 법제화 운동사가 궁금하신 분은 꼭 놀러오셔요~ 노잼은 보장하지만 자료를 구경하는 재미도 보장합니다. 무엇보다 각 자료마다 꼼꼼하게 설명을 단 자료집이 따로 있어서 전시회를 둘러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하하.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