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들

ㄱ.

오래고 오랜 옛날, 블로그가 대세이던 시절 블로그 이웃(네이버 아님…) 중 한 명은 겨울이면 시규어로스를 듣는다고 했나, 시규어로스는 겨울 코가 시릴 때 가장 잘 어울린다고 했나… 암튼 그랬었다. 나 역시 겨울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는데 키스 자렛의 쾔른콘서트. 날이 많이 추울 때 듣는 걸 이유난히 좋아하는데 피아노가 이렇게 서늘하고 차가운 소리였구나를 깨닫는댜. 혹은 언젠가 어느 겨울, 눈이 흠뻑 내리던 그 길을 쾰른콘서트를 들으며 걸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당연히 이것은 스노우캣의 영향도 있지만. 아, 그 시절은 캣파워도 엄청났지…

이런 오래된 옛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Bereft를 듣다가, 화면 가득 겨울 산의 풍경 때문은 아니고 겨울이 가기 전 산책하며 이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요즘 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나의 취향 주파수에 딱 맞는 음악도 아닌데 뭔가 겨울의 추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물론 실제 들었더니 아닐 수도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앨범을 소개한 채널이 딱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많이 추천해주는 곳이었네. 이것도 참 신기한데 특별히 애호하는 장르의 양대 산맥 같은 채널이 있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주파수의 음악을 소개해준다는 것은, 그렇게 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겠다. 그래서 즐겁고 또 재밌고.
최근 들은 음악 소개 방송에서, 음악 디깅이 재밌는 것은 이렇게 기깔나게 멋진 음악이 왜 안 알려졌는지를 깨달을 때라고 했는데 상당히 동의!
ㄴ.
밴드캠프에서 요즘 애호하는 밴드의 음악 몇 개를 구매했다. 12월이 되면 사려고 벼르고 있긴 했는데, 갑자기 금요일 할인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서 냉큼 샀는데… ㅋㅋㅋ 메뉴를 제대로 안 봐서 50% 할인을 못 받음… ㅋㅋㅋ ㅠㅠㅠㅠㅠ 이미 모든 음원을 다 받은 상황이라 물릴 수도 없음… ㅠㅠㅠ
ㄷ.
유튜브 구독 탐라를 보다가 엠비씨옛드에서 1980-90년대 초반 드라마를 12월 내내 틀어준다는 공지가 나왔다. 그걸 보며 역시 한국 공중파 방송은 컨텐츠 끝판왕이다 싶다. MBC, KBS는 모두 라디오 있지, 70년은 된 컨텐츠가 있지(물론 그네들이 데이터를 안 가지고 있을지도….) 여기에 EBS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많은 컨텐츠가 있어서 지금까지 공개한 게 전체 소장한 컨텐츠의 5%는 되려나…
그리고 문득 이제야 깨달은, 아마도 관련 전공자라면 오래전에 알고 있을 내용. 드라마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라면 유튜브에서 옛 드라마를 모두 올려주는 것이 진짜 최고겠다. 예전에는 과거 영상을 확인할 수 없고 그래서 드라마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이제 옛드라마를 모두 공개해주니 드라마에 접근하기는 수월해졌다(일부는 OTT에라도 있기도 하고).

팟캐스트와 계몽주의자

팟캐스트를 비롯한 유튜브의 개별 방송은 종종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실록이자 아카이브라는 고민을 한다. 이 고민은 자주한 것이며, 새로울 것 없지만 그럼에도 과거 팟캐스트를 들으면 슬퍼진다. 그때의 논의, 주장, 웃음이 지금은 분노의 단서였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팟캐스트를 10년 넘게 운영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들의 노력이 남긴 기록이, 한국 사회의 지형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와 같은 방송,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방송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종종 그들이 계몽주의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계몽주의자는 약간 놀리는 표현이거나 부정적 평가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이 글에서 계몽주의자라는 말은 존경의 뜻이다. 해당 방송의 진행자가, 자신이 청취자보다 더 우월하다거나 니들을 가르치겠다는 태도를 지양하면서도 은연 중에 그런 태도가 튀어나오곤 한다. 그리고 그런 태도, 내가 더 우월하다는 태도는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에게 좋은 컨텐츠를 전달하고 분석해주는 것, 최대한 쉽게 많은 내용을 설명해주겠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 태도가 시대를 기록하며 10년 넘게 이어왔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록하는 컨텐츠를 1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이어가는 것은 계몽주의자여서 가능하다. 그 태도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늘 고맙다.
하는 김에 한 20년만 더 해주세… 죄송… 그런데 해주세요… ㅋ
그리고 ㅅㅅㅇㅈㅆ 다시 데려와주세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