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태어났다’는 말: 생득과 선택

“우리는 타고났다”는 언설, 즉 LGBT/퀴어는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는 언설은 정말 많은 LGBT/퀴어가 사용하는 수사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리고 ㄱㅇㅍ(ㄱㅇㅍ이 혹시나 자기 이름으로 웹검색을 할까봐…)은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면, 동성애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면 동성애를 도덕적인 문제가 없는 정상으로 인정해야 한다.”(11)로 쓰면서 동성애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선택임을 입증하려 한다. 그런데 이른바 성적지향, 젠더정체성은 타고난다는 생득설이 LGBT/퀴어를 혐오하고 때때로 살해하는 근거로 쓰인다면 어떡할 것인가? LGBT/퀴어를 정당화하고, 사회적 차별을 문제삼으려고 사용하려는 언설, 수사, ‘논리’가 혐오와 때때로 살해의 근거로 쓰인다면? 그런데 이것은 정확하게 현실이다. 생득설은 혐오의 근거로 쓰이곤 한다. 그럼 선택을 주장할 것인가? 아니, 이런 식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논의가 필요하다. ‘생득 vs 선택’은 LGBT/퀴어의 삶을 설명하는 언설이라기보다는 이성애규범, 이성애제도를 안정화시키는 논리기 때문이다.
오늘 어느 글을 읽다가 생득설이 혐오의 근거로 쓰이는 구절을 읽고 든 진부한 단상, 그리고 메모.

언어라는 어려운 문제

지난 토요일 [2015 LGBT 아시아 컨퍼런스] 발표에서 한 발표자가 내년 즈음 아시아 네트워크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며 다들 내년 행사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에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언어는?”이었다. 언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동아시아 어디서 행사를 해도 결국 영어가 주요 언어며, 모든 사람은 영어로 소통을 할까? 여기서 다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참가하고 싶어도 비행기표를 구매하기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 하나 있다. 그렇다고 행사 주최측은 모든 참가자의 비행기표를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사 발표자와 장소 등 진행비를 조달하는 것만으로 빠듯할 테니까. 가난한 LGBT/퀴어 관련 단체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일정 정도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행여 다른 곳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언어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행사엔 참가할 수 있지만 영어를 사용할 줄 몰라 발표를 들을 수도 없고 여러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면 이것은 무슨 소용일까? 여기서, 최소한 발표자의 발표만이라도 들을 수 있도록 동시통역이건 순차통역이건 여러 언어로 통역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비용이란 측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문제는 계속해서 남는다. 그리고 언어는 어디를 가도 경제적 상황/계급과 겹치면서 작동한다. 그런데 대기업의 후원으로, 혹은 어떤 독지가의 후원으로 모든 경제적 비용이 해결이 된다고 해서 언어의 문제가 사라질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지난 토요일 행사에서 이 지점을 질문하고 싶었다. 언어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행사 감상 말미에 쓴 내용도 이것의 연장선상에 있고. 나 역시 대책도 없고 마땅한 대답도 없지만, 그저 끊임없이 남는 질문이다.

웹진 “바이모임” 제 3호 발행을 위해 기고를 모집합니다

바이섹슈얼(양성애) 웹진 바이모임에서 3호를 발간하기 위한 원고를 모집한다고 합니다.

퀴어 이슈와 관련하여 글을 출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체란 점에서, 퀴어/바이 이슈로 글을 쓰고 싶은데 마땅한 매체를 못 찾고 계신 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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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바이모임]이 제3호에 실을 글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아무거나 ” 입니다. 어떤 주제나 형식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 바이섹슈얼과 약간 관련있는 글, 그림, 사진, 음악 기타등등이면 모두 환영합니다. 정말로 어떤 기고든 환영해요! 단, 아래 사항만 지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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