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록 업데이트
도착혐오자에게
혐오, 폭력, 그리고 범죄를 고민하면서, 점점 더 확신하는 점이 있다. 내가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 어떤 전선을 형성한다면, 그러니까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이로 인해 논쟁과 갈등을 야기하는 균열점이 어딘지를 살핀다면 이것은 결코 LGBT/퀴어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내가 계속해서 갈등하며 전선을 형성하는 집단은 LGBT/퀴어혐오자가 아니라(!) 도착, 비규범, 변태 혐오자다. 그러니까 그가 LGBT/퀴어건 아니건 상관없다. ‘동성애자는 도착이 아니다’,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다'(정신병이면 도대체 왜 안 되는데? 이 지독한 정신병 혐오 혹은 정신병을 적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퀴어도 이 사회의 정당한 시민이다'(그래서?)고 주장하며 알게 모르게 지배 규범적 문화 시민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나는 결코 화해할 수 없다. 도착, 비규범적 존재, 결코 시민으로 구성되지 못하거나 너무도 쉽게 범죄로 포섭되는 이들을 적대하는 태도, 나/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태도를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혹은 그리고 내가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이른바 ‘소수의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발화를 들었을 때라기보다 이른바 퀴어 이론을 배웠거나 공부했다고 하면서 도착을 적대하고 나/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사람의 발화를 들었을 때다. 나의 입장에선 그가 자신을 LGBT/퀴어의 어느 범주로 정체화한다고 해도 도착혐오자라면 ‘소수 보수 기독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