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지막 출판이겠지…라는 마음으로, 글쓰기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지금 이 글이 내가 출판할 수 있는 마지막 글이겠지’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물론 처음과는 다른 점이 있다. 처음으로 출판을 경험하고 그 이후로 몇 번 더 글을 출판할 기회가 있었을 땐, 글 한 편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담으려고 했다. 지금은 글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모든 말을 다 담으면 어떤 말도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글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출판 기회다’라는 고민이 내 몸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물론 언제나 수위 조절을 하고 자기 검열을 강하게 하고 출판 이후 행여라도 논란이 생길까봐(그래서 피곤할까봐) 걱정한다. 동시에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내고 나면, 편집자의 반응을 받기까지 엄청나게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 하는 시간을 보낸다. 내용은 둘째 문제고 글 자체가 너무 엉망이어서 퇴짜 맞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내용이 논쟁이라 퇴짜 맞으면 이것은 기쁜 일이지만 글 자체가 엉망이라 퇴짜 맞으면 부끄럽고 또 괴로운 일이니까. 물론 나는 여전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뭔가 지금 이 순간에 쓰고 싶은 글을 쓰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글이 출판되고 나면 언제나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논쟁이 일어날까 염려하지만 이런 염려는 헛되었음을,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시 확인한다. 내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 나의 주요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는 주제나 소재도 아니거니와 독자 자체가 극히 적은(때론 내가 알고 있는 몇 명이 전부가 아닐까 싶은!) 주제거나 소재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응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출판 이후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나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착각인 거지. 내 블로그가 변방의 쪼렙이 꿍얼거리는 곳이듯 내 글 역시 출판 시장이라는 측면에선 그런 것이지. LGBT/퀴어 커뮤니티에서도 쪼렙이긴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정말 출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면 어떡하느냐고? 뭐 어때. 출판할 기회가 없다고 글을 쓰지 않을 것은 아니니까. 어쨌거나 블로그 정도는 운영할 수 있겠지(인터넷만 이용할 수 있다면 블로그는 누구나 개설할 수 있고). 공개되건 말건 어차피 나는 계속 쓸 거니까. 내게 글쓰기는 글의 출판 여부가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내 고민의 일부를 깨닫고 정리하고 동시에 나도 몰랐던 나의 고민을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핵심이니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차피 내겐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고 없기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나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