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도 잘 안 가는 내가, 행사가 일박 이상이면 참가를 꺼리는 내가 빈으로 떠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E느님 덕분이다. 여행을 갈 때 필요한 물건을 모두 점검해줬고, 몇 가지는 직접 챙겨줬고, 빈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생존 독일어 목록을 만들어 줬고, 알고 있고 알아 낼 수 있는 최대 한도에서 여러 조언을 줬다. 그리고 빈에서 가볼 여행지를 모두 알려줬다. 이번 빈 여행에서 들린 곳은 모두 E느님이 찾아주고 정리해준 곳이었다. 그러니까 E느님이 없었다면 이번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행 일정이 다가올 수록 엄청난 긴장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E느님은 그런 나에게 기꺼이 조언해주고 도와줬다. 본인의 수업 준비로 무척 바쁜데도. 정말로 정말로 많이 고맙다.
그래서 여행 내내 E가 보고 싶었고 E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구경하는 곳 모두를 E와 같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비건마켓은 정말 E느님과 같이 가고 싶었다. ㅈㅇ님이 많이 도와줬고 함께 여행하고 장보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E가 떠오른 건 어쩔 수 없는 듯. 무제한 와이파이 서비스를 따로 신청했었는데, 길을 좀 더 수월하게 찾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E와 좀 더 수월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위해서였다. (와이드모바일 욕은 나중에 따로!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적어도 빈에선!)
내가 오스트리아를 가게 된 직접적 계기를 생각하면 이번 학술대회를 조직한 야스민, 한나, 얀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이들에게 나를 추천해준 현에게도 고맙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 같은 걸 초대한 용기가 정말 대단하고, 빈의 비건 음식을 소개해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사실 나로선 비건 식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시 빈에 가고 싶을 정도로. 다음에 꼭 다시!
학술대회 기간 동안 시우에게도 고마웠다. 영어로 대화를 못 하는 나를 위해 종종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나 대신 영어로 질문을 해주는 등 정말 고생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주 나를 신경 써주고 챙겨주었고. 심지어 발표할 당시 사진을 찍어줬을 뿐만 아니라 영상도 찍어줬다! 이 은혜를 어이 갚으랴.
마찬가지로 진오에게도 고마웠다. 내가 발표를 할 때 질의응답을 통역해주는 수고를 자처했다. 참가자에게 통역을 요청하는 주최측의 행태 자체는 문제가 있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 아울러 학술대회 이후 사흘 간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식당에서 비건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 일, 길을 잃었을 때 찾는 질문 등 영어 사용에 따른 많은 수고를 대신해줬다. 고마웠고 미안했다. 무엇보다 같이 여행을 하며 나눈 온갖 이야기가 즐거웠다. 논문 이야기, 공부 이야기, 감상하는 작품 이야기 등 사흘 동안 계속 떠들었다. 성격 더러운 나와 다니면서도 늘 웃는 표정이었으니… 보살인가… 아무려나 정말 고맙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꼭 다시 빈에 갈 것이다. 빈의 비건 식사 경험, 음식 문화를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