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에 등록작업을 한다는 것은 이미 등록 대기 상태로 쌓여있는 자료의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작업이란 걸 매번 처음 겪는 일처럼 깨닫는다. 요즘은 2014년 12월 초, 서울시민인권헌장 이슈로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했던 운동과 관련한 여러 자료를 등록하고 있다. 등록을 시작하기 전엔 사진 500여장에 문서와 박물류는 총 10종 정도였다. 하지만 기존에 수집된 문서는 매우 제한된 것이기에 추가 수집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1차로 수집한 문서는 250여 건 정도. 일단 관련된 것은 거의 다 수집했으니 이 정도 나온다. 물론 나중에 등록할 자료가 추가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이것을 모두 지금 당장 등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 등록할 자료와 나중에 등록할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발행한 자료를 중심으로 다시 추리고 추리니 대략 90여 건의 문서를 등록할 듯하다. 몇 번의 수집과 선별 작업을 거친 다음, 10건 정도였던 문서와 박물류는 90여 건으로 늘어났다. 두세 배가 아니라 8~9배 가량의 증가.
늘 이것이 고민인데, 기존에 있는 것만 등록할 것인가 추가로 수집 작업을 더 진행할 것인가에서 나는 추가 수집 작업의 유혹을 못 버린다. 기존의 등록 대기도 한가득인데 추가 수집 작업을 한다니…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결코 못 구하는 자료도 많다. 예를 들어, 헌장 제정 과정에서 생산된 많은 문서를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처음엔 공개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비공개인지 해당 게시글 삭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찾을 수 없는 문서도 여럿 있다. 사라진 문서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면… 그냥 마구 잡이로 찾으면 이것이 흘러나온다. ㄱ문서와 ㄹ문서 사이에 있어야 할 ㄴ문서와 ㄷ문서가 없구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문서에서 반드시 언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여기저기로 찾으면 나온다. 그리고 사라진 문서는 대체로 헌장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렴한 의견을 정리한 것인데, 거의 모든 문서에서 LGBT/퀴어를 혐오하는 발언이 나온다. 퀴어락 입장에서, 퀴어 연구자 입장에서 이것은 꼭 필요한 문서다. 하지만 수집해야 할 때 열심히 수집하지 않는다면 이것들은 다시 찾기 어렵다. 등록을 앞두고 있는 어떤 자료는 다시 찾기가 무척 어렵게 바뀐 것도 몇 있다. 이것은 그저 한 가지 예시일 뿐. 자료를 마구마구 모으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반드시 지금 구해야 한다. 내일 구해야지..라고 미루면 더 이상 구할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늘 추가 수집 작업을 하는데… 이러다보면 열심히 등록을 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등록대기자료는 그대로 쌓여있고 등록할 자료는 계속 늘어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꾸웨엑.
아무려나 빈으로 가기 전에 서울시민인권헌장 관련 문서를 다 등록하고 갈 수 있을까? 정리를 해야 내가 속편할 듯한데… 그나저나 한국의 사건은 확실히 서울을 중심으로 구축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