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인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다. 이성애자-비트랜스젠더와 다르지 않다.
이 문장. 지금 한국에서 매우 익숙하게 듣는 정서라고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을 동화 정치라고 독해할지 전복 정치로 독해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튀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긴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해”를 강요하고 “남들처럼 살라”가 가장 중요한 처세술로 회자된다. “퀴어도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언설은 정확하게 이런 맥락에서 이성애-비트랜스젠더로 동화하는 정치인 동시에 같을 수 없는데도 같다고 주장함으로서 “남들”의 의미를 흔들어버리는 교란 정치기도 하다. 어떻게 독해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정치적 위상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나는 퀴어 정치, 퀴어 운동에서 필요한 작업은 어떤 행위를 진보다, 보수다, 동화다, 급진이다와 같은 식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한 적이 많기에 크게 반성할 일이기도 하다. 이런 매우 단순한 판단은 사실 아무 것도 사유하지 않는 것이며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는 어떤 행위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것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작업이 풍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늘 나의 과거를 반성하고(정말 많이 잘못했다) 여전히 단순한 평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 하는 나 자신을 비판한다.
사건을, 발언을 다각도로 접근하자는 이 진부한 주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접하기 어려운 일로 변하는 듯하다. 맥락적으로 사유함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갈 수록 늘어나는 것만 같은 건, 역시나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실시간으로 표출할 수 있게 변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맥락이 사라진 시대, 혹은 더 이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시대여서 그런 것일까? 모르겠다. 그저 의심과 의문만 남을 뿐.
나는 늘 내가 부족하고 제대로 못 한다고 평가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괜한 호들갑이라고 말하지만 진심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 잘한 일이 있다고 믿는다. 5~6년 전 많은 사람이 트위터를 사용하기 직전에 트위터를 관둔 것,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잘 한 것이 있다.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나의 부끄러움이 맥락적으로 쌓이고 있어서 폐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힐 때가 자주 있지만, 그럼에도 전후 맥락을 설명하면서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블로그만 사용한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더 정확하게는 가급적 맥락적으로 글을 쓰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의 무식을 즉각, 실시간으로 표출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매일 나의 무식과 오만과 부끄러움을 올리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