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관련 잡담

ㄱ.
한국에서 트랜스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두 가지, 비트랜스페미니즘의 비퀴어 성향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트랜스규범성을 같이 이야기 해야 한다.


ㄴ.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 인식되지 못해 생기는 슬픔과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 인식되어 느끼는 슬픔과 비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 인식되어 느끼는 슬픔. 각 슬픔을 엮는 어떤 글이 가능할까?


ㄷ.
젠더의 범죄화 양상과 장애의 범죄화 양상으로 트랜스젠더퀴어와 장애의 교차성 연구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해주겠지.


ㄹ.
퀴어락에서 일하길 잘 했다. 그런데 아직도 일정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모르겠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 뀨웅


ㅁ.
어느날 의료적 조치를 하고 수술도 받은 다음, 그래서 여성으로 잘 통하는 외모로 바뀐 다음 “나는 사실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거짓말이었다. 지금 내 외모를 봐서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상남자다!”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이건 이것대로 재밌겠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기에 단순히 재미의 문제는 아니다.

퀴어락 사진류 관련…

퀴어락 홈피나 여타 공간에 올리긴 좀 민망하니까…
혹시 여기 오시는 분 중에서, 퀴어락 홈페이지(http://www.queerarchive.org/)를 종종 구경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눈치를 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일단 요즘 퀴어락 기록물 등록 작업에 있어 서지류나 박물류 같은 종류는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사진류 등록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인데요. (한동안 사진을 등록하지 않다가 갑자기 폭주!) 지금 등록하고 있는 사진은 모두 2014년 12월 초에 서울시민인권헌장 이슈로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을 당시의 피켓입니다. 정확하게는 피켓, 대자보, 현수막, 전체 조망 등이지만요. 그날그날 등록하는 갯수는 중구난방이지만 다음주까지 작업하면 사진류 등록은 얼추 마무리가 될 듯합니다. 여타 무수하게 많은 문서는 별개의 문제. ㅠㅠㅠ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냥 심심해서 당시 피켓 사진이나 구경하시다가 설명 글에 오타나 뭔가 잘못 적은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질을 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참, 뻔뻔한 부탁이지만요.
퀴어락 공식메일( queerarch1@gmail.com )이나 트위터(@queerarchive), 혹은 제 블로그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물론 다들 바쁘신 거 아니까, 그냥 사진류 구경이라도 해주시면 정말 고맙고요!
사진 등록 작업이 완료되면 사진만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

부끄러움

나에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이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가장 부끄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엄청 허접하고 늘 궁상떨며 살고 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무식한 점도, 내가 영어를 엄청 못 해서 이태원 살 때 물건을 사고 가게를 나오며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 못 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라면을 정말 좋아해서 요즘 들어 채식 컵라면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비건 채식을 한다지만 사실은 편식을 하고 있을 뿐이란 점도 부끄럽지 않다. 채식을 윤리의 문제로 설명하는 이들에게 분기탱천하지만 그래봐야 속으로 꿍얼거릴 뿐이란 것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윤리적이지 않은 사람이란 것도 별로 부끄럽지 않다. 이런 것 정도는 부끄럽지도 않고 내게 미안하지도 않다. 내가 허접하고 지지리 궁상떨며 살고 있는 것이야 얼마든지 떠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게으르다는 점,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고 한심할 정도로 공부를 안 하고 게으르다는 점은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근대적 성실함, 새마을운동이 요구하는 성실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냥 공부를 안 하는 무식한 인간이고, 그런데도 공부한답시고 떠드는 인간이라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이 강해질 땐 그냥 모든 공부를 중단해야 할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나 같은 거 공부 안 한다고 티도 안 나는 걸. 그러니 그냥 모든 걸 중단할까, 그냥 일하고 고양이랑 뒹굴뒹굴하며 지낼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내 게으름이 정말 부끄러운데도 계속 공부를 하겠답시고 붙잡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다.

부끄러움의 연속. 부끄러움엔 면역력이 없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지나간 자리에 또 부끄러움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