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 사진류 관련…

퀴어락 홈피나 여타 공간에 올리긴 좀 민망하니까…
혹시 여기 오시는 분 중에서, 퀴어락 홈페이지(http://www.queerarchive.org/)를 종종 구경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눈치를 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일단 요즘 퀴어락 기록물 등록 작업에 있어 서지류나 박물류 같은 종류는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사진류 등록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인데요. (한동안 사진을 등록하지 않다가 갑자기 폭주!) 지금 등록하고 있는 사진은 모두 2014년 12월 초에 서울시민인권헌장 이슈로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을 당시의 피켓입니다. 정확하게는 피켓, 대자보, 현수막, 전체 조망 등이지만요. 그날그날 등록하는 갯수는 중구난방이지만 다음주까지 작업하면 사진류 등록은 얼추 마무리가 될 듯합니다. 여타 무수하게 많은 문서는 별개의 문제. ㅠㅠㅠ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냥 심심해서 당시 피켓 사진이나 구경하시다가 설명 글에 오타나 뭔가 잘못 적은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질을 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참, 뻔뻔한 부탁이지만요.
퀴어락 공식메일( queerarch1@gmail.com )이나 트위터(@queerarchive), 혹은 제 블로그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물론 다들 바쁘신 거 아니까, 그냥 사진류 구경이라도 해주시면 정말 고맙고요!
사진 등록 작업이 완료되면 사진만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

부끄러움

나에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이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가장 부끄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엄청 허접하고 늘 궁상떨며 살고 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무식한 점도, 내가 영어를 엄청 못 해서 이태원 살 때 물건을 사고 가게를 나오며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 못 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라면을 정말 좋아해서 요즘 들어 채식 컵라면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비건 채식을 한다지만 사실은 편식을 하고 있을 뿐이란 점도 부끄럽지 않다. 채식을 윤리의 문제로 설명하는 이들에게 분기탱천하지만 그래봐야 속으로 꿍얼거릴 뿐이란 것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윤리적이지 않은 사람이란 것도 별로 부끄럽지 않다. 이런 것 정도는 부끄럽지도 않고 내게 미안하지도 않다. 내가 허접하고 지지리 궁상떨며 살고 있는 것이야 얼마든지 떠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게으르다는 점,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고 한심할 정도로 공부를 안 하고 게으르다는 점은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근대적 성실함, 새마을운동이 요구하는 성실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냥 공부를 안 하는 무식한 인간이고, 그런데도 공부한답시고 떠드는 인간이라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이 강해질 땐 그냥 모든 공부를 중단해야 할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나 같은 거 공부 안 한다고 티도 안 나는 걸. 그러니 그냥 모든 걸 중단할까, 그냥 일하고 고양이랑 뒹굴뒹굴하며 지낼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내 게으름이 정말 부끄러운데도 계속 공부를 하겠답시고 붙잡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다.

부끄러움의 연속. 부끄러움엔 면역력이 없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지나간 자리에 또 부끄러움이 찾아온다.

라키소바(야키소바 아님)

얼추 열흘 전 E가 다음의 링크를 보내줬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라면을 간편하게 볶음면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경우에 따라선 야키소바로 만드는 방법이었고. 이 방법이 정말 마음에 든 나는 이 만화를 몇 번이나 본 다음 그 주 주말 라키소바를 만들었다. 만화에 나온 방법에서 계란은 당연히 빼고, 대신 수프를 넣을 때 청경채와 숙주를 같이 넣었다. 맛이 꽤나 괜찮았지만 아우래도 청경채와 숙주를 따로 볶은 다음 나중에 추가하는 방법이 좋을 듯했다. 무엇보다 숙주나물을 미리 볶지 않고 나중에 추가할 경우 숙주나물에서 수분이 다량 분출되어서 볶는 시간이 길어지고, 면이 불어버린다.

이것이 나물을 따로 볶아서 만든 라끼소바.
기름에 페페론치니를 몇 개 가루 내어서 고추기름을 만든 다음 편마늘, 청경채, 숙주를 볶아 준다. 그 다음 끓는 물에 라면을 풀고 수프를 풀면서 볶은 야채를 같이 넣어서 잘 버무리면 끝.
당연히 맛있다.

이것은 설명절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만든 라키소바.
기름에 고춧가루와 (편마늘이 없어서)다진마늘을 볶다가 청경채와 (숙주나물이 없어서)팽이버섯을 볶았다. 그 다음 끓는 물에 라면을 풀고 수프를 넣은 다음 볶은 야채를 같이 잘 버무린 것.
역시 숙주나물이 아삭함이 더 맛있고, 다진마늘을 좀 줄이고 편마늘을 충분히 넣는 게 더 좋을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맛나다.
사진을 찍지 않은 버전도 몇 있는데 요즘 이렇게 해서 맛나고 건강하게 한끼 식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맛있다.
+좀 더 다양한 라키소바 혹은 야키소바를 위해 비건용 중화소스와 내가 먹을 수 있는 우스터소스를 구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야키우동을 해먹어도 괜찮고 쌀국수로 해먹어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