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흔적

오늘 강의 준비하며 작성했던 구절 중 일부…
강의 후일담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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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 남자로 지정받은 인간이 남성으로, 여자로 지정받은 인간이 여성으로 구성될 이유는 없으며 어떤 섹스가 어떤 젠더로 구성될지는 우발적 선택이자 사건. 아울러 젠더는 지속적 인용과 반복 수행을 통해 내것으로 체화, 자연화, 본질화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섹스라고 여기는 것, 생물학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연적으로 젠더의 근거일 필요는 없음. 이것을 다시 생득과 선택으로 연결하면, 타고났다고 그렇게 선택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타고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선택하지 않을 이유도 없음. 즉, 트랜스젠더로 타고났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트랜스젠더로 살지는 않을 것이며, 트랜스젠더로 타고 나지 않았다고 해서 비트랜스젠더로 사는 것은 아님. 비트랜스젠더로 평생을 살다가 죽은 사람이 트랜스젠더로 타고났는지 아닌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음. 흔히 사회과학적 실증 연구에서 이것은 입증 불가. 비트랜스젠더로 타고나서 비트랜스젠더로 죽었을 수도 있고, 트랜스젠더로 타고났지만 트랜스혐오 사회와 분위기로 인해 비트랜스젠더로 살기로 선택하고 결국 그렇게 죽었을 수도 있음.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는 타고났다지만, 미디어에 등장하는 많은 트랜스젠더가 생득을 이야기하지만 또한 많은 트랜스젠더는, 나를 포함하는데, 타고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함. 선택이냐? 그건 또 모르겠음. 하지만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며, 비이성애-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선 아무 것도 교육하지 않은 사회에서 비이성애자로, 트랜스젠더로 살겠다고 했다면 이것은 생득일 수도 있지만 선택일 수도 있음.

자료 보관하기

자료를 보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다 그것을 정리하고 전시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다. 퀴어락 홈페이지 관련 이야기다. 어제부터 홈페이지에 파일 업로드가 안 되어서 확인하니 서버의 하드 용량이 다 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고민을 했다. 하드 용량만 추가 구매를 할 것이냐, 아예 상위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냐. 용량만 추가 구매하기엔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좀 아쉬운 면이 있다.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엔 퀴어락의 재정에 부담이었고 무리였다. 자칫 적자가 날 상황.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외부링크로 돌리기로 했다. 퀴어락용 지메일 계정이 있고 자료 백업을 위해 대용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좋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드는 고민. 홈페이지를 이렇게 분산해서 관리해도 괜찮은 것일까? 물론 자료의 보관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좋은 건 완벽하게 복제된 자료가 두 곳 이상에서 보관되는 것이다. 아카이브의 역사를 보면 종종 동일한 문서를 두 곳에서 관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의 자료로 복원하거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복수의 곳에 자료를 보관하는 일, 이것을 관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면, 홈페이지와 퀴어락 구글계정, 퀴어락 서고는 모두 퀴어락의 자료를 복수로 보관하는 곳이다. 문제는 이것이 완벽하게 겹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완벽하게 겹칠 수도 없다. 그리고 서로는 얽혀 있다. 이럴 때 어떻게 자료를, 기록물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분산되어 있는데, 분산되어 있어서 서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선 분명 강점인데 그럼에도 서로는 완벽하게 겹치진 않기에 뭔가 좀 불안한 느낌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분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을 것이다. 그냥 걱정 아닌 것을 걱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료와 기록물을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까다.

이것저것 먹은 것들

그냥 문득 사진을 정리할 겸, E의 추천을 받은 블로깅!

요즘 집에서 먹고 있는 밥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제가 반찬을 대충 먹다보니까 밥으로 영양분의 상당 부분을 보충하고 있달까요…

남부터미널에 가면 비건식당이 있습니다. 이날 새벽부터 집을 나서서 강의를 하고, 오후에 약속이 있어 점심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E가 알려줘서 찾아 갔습니다. 채식하는 사람들 중에선 유명한 것 같은데, 이것만 먹어선 특별히 찾아갈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식사였습니다. 무엇보다 남부터미널에 비건식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달까요. 앞으로 그 근처에 자주 갈 예정이라 무척 소중한 정보!
 

이태원의 카페 플랜트에서 먹은 파스타! 정말 맛났습니다. 직접 만든 듯한 빵, 그리고 팔라펠도 무척 맛났지요.

신촌 러빙헛에서 먹은 쌀국수. 러빙헛에서 쌀국수는 좀 복불복인데 이 날은 맛이 개선되었는지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짬뽕은 최근 맛이 좀 별로인 듯해서 아쉽고요.
역시 비건 쌀국수는 남성역에 있는 러빙헛 티엔당점이지요.

원래 다른 곳에 가려 했지만 어찌하여 찾은 홍대 근처 비건버거 파는 곳. 기대 반 염려 반으로 갔는데 맛났습니다. 양이 좀 적다는 것만 빼면요(제가 좀 많이 먹지만요). 그래도 가끔 찾아갈 듯합니다.
몇몇은 E와 같이 같지요. 흐흐흐.
비건 음식 파는 곳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리고 비건 식당을 표방하지 않아도 비건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제가 자주 가는 신촌의 경우 러빙헛을 제외하면 비건으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지요. 아쉬운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