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 단상: 기증, 규모

블로그에 퀴어락 관련 글을 계속 올리면 읽는 분은 지겹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알바를 할 때도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거의 안 했습니다. 알바를 하는 곳 자체를 비밀로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이래저래 고민도 많아서 자주 블로깅을 합니다. 그냥 블로깅 소재가 마구마구 생겨요. 넘치지요.
일단 퀴어락 기증 관련해선 http://queerarchive.org/bbs/161880 를 꼭 읽어주세요.
기증하실 때 공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으니(완전공개, 방문자공개, 제한공개, 비공개) 회의록, 속기록 등 소중한 자료를 많이 많이 기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따로 있기보다, 모아서, 묶어서 퀴어 역사를 만들어나가요. 퀴어 아카이브의 핵심은 운영 기관이 만드는 곳이 아니라 퀴어 연구를 하고, 퀴어 운동을 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곳이란 점입니다.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본 구절
“영국은 기록물관리국에 서가 총길이 346,000Km의 중간기록물보존소를 마련했다. … 프랑스는 … 파리에서 60Km 떨어진 퐁텐블로 근교에 서고 총길이 800,000Km의 현대기록물센터를 확정했다.” (김정하)
하악하악. 퀴어아카이브의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면 좋겠다. 다른 말로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건물에 퀴어 관련 기록물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퀴어 관련 자료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퀴어락 기준으로 지금은 등록대기 자료까지 모두 포함해도(당연히 현수막은 접은 상태로) 총 서가 길이가 30m가 안 된다. 뭐, 괜찮아. 앞으로 계속해서 수집하고 글을 쓰면 되니까. 🙂

비온뒤무지개재단 – 지역 활동 응원 기금

비온뒤무지개재단을 설립하려고 기획할 때부터 서울이 아닌 지역의 활동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올해 자체 기금 사업 중 하나로 지역 활동 응원 기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널리 홍보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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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모든 것이 지나치게 서울 중심적입니다.
성적소수자가 그 어디에 살든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지역 운동의 활성화를 꿈꾸며 배분 사업에서 ‘지역’을 따로 키워드로 정하고,
재단의 자체 예산으로 ‘지역 활동 응원 기금’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이런 재단의 큰 의욕과 달리 아직 기금의 규모가 너무 작어서 기금에 관심이 있으신 지역 활동가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재단으로서는 큽니다.
앞으로 지역 기금의 규모가 커질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지역활동응원기금은 서울특별시 외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가 개인, 단체, 모임 등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토론회, 전시회, 활동가양성과정 등 어떤 행사나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때나 서울에 서 열리는 회의나 행사 참여를 해야하기에 지역 활동가에게 부담이 되는 교통비 성격의 활동비 신청 등 지역의 인권/문화운동과 지역활동가의 활동을 키우는데 필요한 영역이라면 무엇이든 신청 가능하십니다.
 
아래 첨부된 신청 양식을  다운로드 받으신 후, 신청서를 작성하신 후 이메일로 마감기한 내에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배분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선정이 되며,
이 과정에서 신청자들과 서면 혹은 전화 등으로 신청서의 내용을 문의하거나 확인하는 절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신청 자격 : 서울특별시 외의 지역에 기반한 성적소수자 문화 관련 단체 및 모임, 개인
■ 지원 내용 : 활동지원금 50만원 4팀(인)
■ 접수 기간 :  2.1 ~ 2. 20
■ 선정자 발표: 3월 1일
■ 기금 사용 기간 : 2015년 3월부터 2015년 12월 30일전에 완료되어야 함.
■ 기금 선정 시 준수 사항
      – 기금 사용기간 후 지출영수증 증빙과 보고서 제출
      – 기금선정자를 위한 내부 오리엔테이션이 있으나 지역의 경우엔 융통성있게 상황을 고려해서 진행하겠습니다.
■ 접수 방법 : 지정서식을 사용하여 신청서 작성 후 이메일 발송 (rainbowfoundation.co.kr@gmail.com)

결국 정체성은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다.

정신분석이라는 측면은 제외하고 이야기를 할 때, 정체성이란 건 참으로 곤란한데 이것은 철저하게 사회적 범주임에도 개인이 결정하는 차원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흔히 정체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이 사회가 인간의 어떤 범주로 가정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인간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거나, 사회가 개개인을 적절하게 분류할 수 있는 체계로 정체성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적 인지의 한계에 포섭되지 못 한 범주는 끊임없이 인정받기 위해 혹은 사회적 인지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싸운다. 그래서 정체성은 타인 그리고 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도구며, 철저하게 사회적 언어다.
하지만 정체성은 결국 개인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언어며, 이런 점에서 개인이 직접 결정한다. 개인의 결정에 누구도 쉽게 딴죽을 걸기 어렵다. 지배 규범적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지배 규범과 충돌하는 삶을 살고 있는 한에서 정체성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다.
“전 트랜스젠더예요, 제가 여성이라고 느껴요.”
“남자로 태어난 네가 어떻게 여성으로 느낄 수 있느냐? 근거를 대라”
간결한 예로 이것은 정체성이 결국은 스스로 판단하는 범주임에도 결코 스스로 판단하는 범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정체성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 판별하고 재단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비트랜스젠더의 젠더 범주는 의심 받기 힘들고 근거를 요청받지 않지만 트랜스젠더의 범주는 언제나 의심의 대상이고 부정의 대상이며 근거를 필요로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것이 정체성의 위계다. 스스로 판단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판단조차 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범주/정체성과 스스로 판단하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끊임없이 의심받는 범주/정체성이란 위계말이다.(물론 위계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더 복잡하다.) 다른 말로 정체성이란 스스로 주장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는 영역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정체성을 내가 주장한다는 것은 허황된 환상일지도 모른다. 아니, 허황된 환상이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의심 받는 범주, 예를 들면 바이/양성애나 젠더퀴어(얼마 전부터 나는 나를 ‘트랜스젠더며 젠더퀴어’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글프로필에 이것을 명시하기 시작했고),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등이 스스로를 주장하기 위해 정체성은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언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언설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조금은 더 공론화되고 있는 동성애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이것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언설이란 판단은 지극히 당연한데, 정체성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란 언설은 어떤 측면에서 정체성은 타고난다는 언설과 매우 닮았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나의 이런 의심은 정확하게 나 자신을 비판해야 하는 측면이다. 나 자신이 정체성은 스스로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의하고 다녔고 그렇게 글을 쓰기도 했으니 내가 반성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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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notice를 갱신했습니다. 표현법 등 여러가지를 바꿨지요. 구글 프로필도 갱신했습니다.
뭔가 최근 사진 중 잘 나온 게 있으면 올릴까 했는데 못난 얼굴 올려봐야 보는 사람은 불쾌하시니 그냥 예전처럼 옛날 사진 링크로 끝. 사진 잘 찍고, 보정도 잘 해주는 분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크. (핵심은 보정입니다, 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