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아카이브와 관련하여 내가 상상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거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다름 아니라 완벽하게 복제된 두 개의 아카이브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차이는 있다. 하나는 최초 생산된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으로 지정된 소수자를 제외하면 누구도 그곳에 들어갈 수 없으며 기록물 보존에 있어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이 아카이브에 기록물이 들어가면 영구 보존이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된다. 이 아카이브를 완벽하게 복제한 또 하나의 아카이브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아카이브는 모든 문서가 각자의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하며 따라서 도서관과 달리 다른 기록물로 대체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 원칙이라 때때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각 기록물은 개별의 것으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이것을 가장 완벽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개의 완벽하게 복제된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랄까. 하나는 정말 완벽하게 보존만을 목적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열람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또한 완벽하게 자가 복제 방식이어서 보존 목적의 아카이브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열람과 연구 목적의 아카이브에도 자동으로 생성되고 등록되는 방식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클라우드의 동기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완벽하게 자동 복제 방식이지만, 그럼에도 어느 하나는 일절 손상이 없고 다른 하나는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 방식. 어쩐지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읽을 법한 상상이지만 정말 이런 곳을 꿈꾼다. 그리고 나는 보존 목적의 아카이브에 들어가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