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디사이딩 세트

연극 [디사이딩 세트]는 웃고 울고 하다보면 끝나는 연극인데 그래서 뭐라고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는 확실한데 3/22까지 공연하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공연하고 있을 때 꼭 관람하시길(근데 매진).

운동선수의 실력, 재능 문제, 계급 문제(운동 선수의 삶에 걸려 있는 가족의 미래), 우정과 무성애 범주 사이의 관계, 트랜스젠더퀴어 범주를 둘러싸고 확정하지 않는 선택, 네트를 통해 바라본 미래, 한팀으로 만들어낸 우정,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갖는 힘과 용기, 나를 설명하는 언어를 전적으로 오해하는 동료의 태도를 혐오로 치환하지 않고 또 트랜스 관련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의 힘. 학폭을 방관한 감독의 책임, 감독의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질문하고 목도하게 하는 졸업생, 소문 속에서 귀신이 되어버린 학폭 피해자[귀신 아님]… 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엮인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엮었기에 고등학교 배구선수/운동선수의 고민이 구체성을 획득하고 웃음과 울음을 만든다. 또한 이렇기에 트랜스젠더퀴어 관련 정체성과 ‘여성’ ‘선수’ 사이의 경계가 매우 강렬하기도 하고 상당히 흐릿하기도 한 순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고통스러움과 불편함이 공감을 만든다.

공연 중에 사진 찍고 싶은 대사가 여럿 있었다. 희곡집 출간했으면..! 재공연했으면!!

보리 근황

보리는 매일 약을 먹고 있는 데 이게 좀 어렵다. 초반에는 하루 두 알의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여야 했다. 그런데 토했다. 아침에는 먹어줬는데 저녁에 약을 먹이면 반드시 토했다. 그래서 일단 한 알이라도 토하지 않고 먹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한 알만 먹이자 이것도 토했다. 토하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췌장염이 심하게 있으니 췌장염 때문에 약을 토하는 것인지, 약이 독해서 토하는 것인지, 약이 안 맞아서 토하는 것인지. 그래서 몇 가지 장기 투여 가능한 약을 몇 개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테스트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약을 먹이려고 하면 거품을 물고 싫어했다. 약을 먹이려고 안으면, 이미 입에 침으로 만든 거품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일단 토하지 않고, 거부감을 줄이며 약을 먹이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의사는 약을 바꿨다. 하루 한 알은 토하지 않고 먹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틀 연속 토했다. 바꾼 약에도 토하면 이건 좀 심각한 일인데, 이번 약으로 차도가 없으면 치료 방향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하루를 쉬고 다시 약을 먹이기 시작했는데… 심도 깊은 대화를 2분 간 나눴다. 보리를 꼭 껴안고, 눈을 마주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토하지 않기 시작했다. 약을 먹고 나면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 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그래도 계속 대화를 나눴는데 그리고 거의 안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검사를 했을 때, 작년 가을부터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차도가 있었다. 2주 전보다 나아졌다. 다행이다…

그리고 H가 홈캠을 사줬다. 명절처럼 집을 길게 비워야 할 때마다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서 H가 홈캠이 할인한다며 구매했고 집에 설치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 홈캠을 확인하는데… 왜이리 다들 하루 종일 비슷한 자리에서 잠만 자는 것이냐… 뭔가 더 슬퍼졌다. 집에 있을 때면 나 주변에서 좀 돌아다니고 움직이고 그러는데 홈캠을 켤 때마다 잠만 자고 있다. 보리 뿐만 아니라 귀리, 퀴노아 모두 그렇다. 이건 좀 슬프네. 그래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하루 종일 어떻게 있는지 기록할 수 있으니(집 전체를 다 촬영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다행이기는 하다.

7년 정도 전에 보리의 몸 상태에 맞춰 사료도 바꿨었는데 최근 다시 사료를 바꿨다. 셋 모두 사료에 엄청난 불호를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이번 사료도 잘 먹어주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역대 가장 비싼 사료를 먹이게 된 것인데(이전 사료도 비싼 편이었다), 가장 큰 걱정은 일시 품절이나 수입이 중단되는 것이겠지. 이전 사료는 한국에 공장이 있음에도 코인마냥 가격 변동이 심했는데, 이번 사료는 국내에 공장도 없다. 제발 꾸준히 수입 잘 해주기를…

오래 좋아한 가수의 활동

니나 나스타샤가 근래 들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 반갑다. 20년 넘게 좋아하고 있는데, 여전히 내 최애 가수인데 활동도 활발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2월 초에도 새 앨범을 냈고 3월 초에도 4곡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앨범 혹은 노래는 완전히 신보는 아니고 2000년대 발표했던 앨범의 수록곡 일부를 2010년대 초반 재편곡해서 녹음했던 곡이다. 그리고 나스타샤를 좋아한다면 알고 있겠지만 2010년대에 니나 나스타샤는 활동을 거의 안 했고, 혹은 개인적 상황으로 인해 완전히 침전된 시기였고 그래서 앨범을 아예 안 냈다. 나중에 알려지기로는 녹음된 음원도 많이 분실했다. 올해 내고 있는 작업물은 분실되었다고 생각한 음원을 우연히 찾았고 그것을 복원해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편곡했고 그래서 낯설지만 2000년대의 나스타샤를 좋아한다면 여전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적어봐야, 유튜브뮤직이든 애플뮤직이든 어디든 검색한다고 해서 니나 나스타샤의 신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뮤직 기준으로 마지막 음반은 2022년에 멈춰있다. 그러니 올해 2월에 새 앨범이 나왔다는 말은, 뭐랄까 존재하지 않은 앨범이 존재하는 것처럼 지어내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올해만이 아니라 나스타샤는 2025년에 새로운 곡을 담은 신보를 발매했고 Jolie Laide의 신보도 발매했다. Jolie Laide의 신보는 유튜브뮤직에서 찾을 수 있는데 나스타샤의 신보는 찾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한데 밴드캠프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유통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 작년 신보를 밴드캠프로 냈을 때만 해도 뭔가 협약이 있었나보다 했는데 올해도 계속 밴드캠프로만 앨범을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과 관련해서 SNS에 쓴 글을 읽었다. 요약하면,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로 음원을 내는 것은 명성을 얻는데 도움을 주지만 너무 많은 명성은 손해를 주기도 한다고(you can die of exposure),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고, 자신은 간신히 버티고 있고, 팬들이 있어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스타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또 알 것 같았다. 그저 그냥 알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밴드캠프를 이용하고 있었으니 니나 나스타샤가 밴드캠프에서만 음원을 발매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뭐, 전혀 다른 플랫폼을 통해 음원을 냈다면 그것을 이용했겠지만). 밴드캠프도 나름 스트리밍 플랫폼처럼 이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음원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컨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데는 망설임이 덜한 편이기도 하고(옛날 미리 듣기 없이 CD를 구매하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디지털 음원만 발매해서 CD를 구매할 수 없는 게 그나마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암튼 더 많이, 더 활발하게 활동해주면 좋겠다. 더 많은 음원을 계속 발매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