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먹다가 깨달았는데… 어제 오늘 합쳐서 10시간 정도 잤고, 이틀 동안 밥을 두 끼 먹었다… 아예 공복은 아니었고 바나나랑 사탕 같은 거, 나의 각성제(맛이 오묘한 제품인데 맛이 과하게 오묘해서 다른 사람에게 안 주고 있음 ㅋㅋ)도 먹었지만 어쩌다보니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 다음주 되면 좀 괜찮아지겠거니… ㅠㅠ
KQTA 핑계 삼은 딴글
오늘 한국퀴어연극아카이브의 행사에 참여했다. 뭔가 말을 더 많이 해야 할 거 같은 입장으로 참가했는데 서두에 잠깐 빼면 단 한 마디도 더 덧붙일 수 없었는데 기획 때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참가자들은 할 이야기가 한가득이었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다 싶었다.
그런데 좀 다른 방향으로 고민이 맴돌았는데, 과거를 고인물이나 썩은 물이 아니라 어떻게 현재적 의미로 재상연할 수 있을까였다. 여기에는 내가 올 9월부터 처음으로 학부 수업을 하면서 든 고민이 얽혀있다.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는 이런 부담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학부에서 수업을 하면서는 몇 년 전 사건을 당연히 알 거 같은 시건으로 예시를 들어도 괜찮은지가 애매했다. 이제와 고민하면 그렇게 심각하게는 필요는 없는 고민이었지만 처음하는 수업의 부담이 그렇듯 예시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한 주차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반성폭력 운동사를 다룬 주차와 1990년대부터 2010년 즈음까지의 한국 퀴어 인권 운동사를 다룬 주차였다. 각 주차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역사를 개괄적으로나마 알아둔다면 나중에 관련 활동이나 업무를 할 때 출발점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고민이 있었다. 내가 학부 때는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대신 학부에서 들은 과목 중에 페미니즘 고전 강독이 있었는데 이 수업은 지금도 유용한 토양이다. 암튼 두 개의 두차를 거치며 과거 예시에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과거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바뀐 맥락은 모른체 ‘라때’와 같은 소리나 하며 철지난 이야기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주는 워낙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보니 과거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는 큰 어려움이다.
그러면서도 과거 혹은 역사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고민에 휩싸이는 이유는 매번 새로운 사건처럼 갱신되는 상황, 단절과 단절로 고립되는 상황 때문이다.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현재는 고립된다. 계속 이야기하고 계속 떠들어야 사람들이 잊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고 전파될 수 있다. 이것에 실패하면 과거 사건은 공백이 되고 가해자는 쉽게 돌아오는 일이 되더라.
문제는 새로운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과거 이야기를 적절하게 말하는 것과 관련한 재주가 나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당신이 격은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는데 그래서 당신이 겪은 일이 별것 아니라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사건이 여전히 반복되어 암을하다는 것도 아닌 의미로, 그 사건을 해결하며 만든 얼마간의 변화가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것을 나는 간결하게 잘 말하는 재주가 없고, 그래서 행사 내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가득이었지만 꺼내면 3시간을 말할 거 같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할까 싶었지만 2014년부터 다루는 자리에서 1995년을 말할 수는 없지 않나라는 부담도 있고. 누구도 부담을 주지 않았는데 괜히 혼자 그런 부담이 있었다.
그러다 문든 친구에게 “해마다 2월이나 3월, 줌으로 한국 퀴어 인권 운동사를 무료로 4~5시간 짜리로 강의를 해야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안 하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계속해서 접점을 갖도록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료로 한다면 다른 사람을 부르기 힘드니… (아… 그러고보니 한국 퀴어 운동사 책이 나올 예정이구나…)
이런 고민 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많이 배웠다. 대전과 서울이라는 지역 차이, 태어난 시기에 따른 경험 차이, 그리고 2018년이라는 시간적 변곡점에 대해. 이런 자리, 반기에 한 번씩 열면 좋겠다. 그리고 연극에 문외한이라는 말 그만해야지…
+행사때 농담하다 이상하게 말했는데, 내가 연극장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구자혜 작가/연출님께는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이상하게 말해서 죄송하고요. ㅠㅠ
근황 잡담
아무려나 어째서인지 정신없이 바빠 정작 내가 써야 하는 글을 쓸 시간이 없다.
15주년 사업을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주말에도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일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 와중에 새로운 사업을 하나 같이 하기로 해서 내 인생 내가 꼬아버린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 허허허… 왜 그랬지… 그럼에도 재미는 있네.
그리고 또 예상치 못한 일에 초대를 받기도 해서 흥미진진. 다음주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일정의 연속이라 운동을 하든지 엄청난 보양식을 먹던지 고카페인을 먹던지 뭐라도 해야겠다 싶네. 그나마 커피는 못 마셔서 다행인가. 아, 홍차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냥 디카페인 차가 최고다. 마실 수 있는 차의 종류가 몇 개 없는데(안 맞으면 무조건 몸에 탈이 나서) 생수를 가장 좋아해서 다행인가.
그러니까 이 모든 내용이 모호한 내용에 이상한 헛소리 뿐인데, 무엇 하나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바쁜데 쓸 수 있는 내용이 없다보니 블로그를 한동안 방치하는 사태에 빠졌다. 한동안은 하루 4시간 정도 자는 일정을 몇 달 했고, 요즘은 그래도 5시간은 자는 상황인데 바쁜 게 끝난 건 아니고 살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럼에도 논문 하나 써야 하는데. 70% 완성된 논문을 투고할 수 있게 완성하는 게 왜 이리 어렵냐. 그런데 기준이 높아서 문장 하나하나가 다 거슬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