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번에 핼버스탬의 실패로 강의를 했는데, 끝나고 이것으로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심지어 구자혜 연출 색자 공연의 “뺨을 맞지 않고”는 네 번 전체 공연을 다 참가했는데, 모 님이 논문 쓸 거냐고 물어봤었다. 그냥 즐겁게 관람했는데 논문이라니… 그런데 쓸 수 있으면 좋겠지.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이 두 편이 있는데 둘 다 얼개는 다 있는데 나머지를 채우기가 어려워 시간을 끌고 있다. 얼른 써야 하는데… 그 와중에 내년에는 한국 트랜스젠더퀴어 인권 운동사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자료 얼추 있고 방향에 대한 고민도 얼추 해둬서 쓰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내가 지극히 게으르다는 점이다. 50~70% 정도 작성한 원고가 열댓 편 정도 있는데 완성 안 시키고 그냥 묻어둔 이유도 내가 게을러서다. 부지런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귀찮은지… 하지만 게으른 것은 핑계고 글을 쓸 줄 모르고 공부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 진실인 것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오늘 개강했다. 2019년 처음 대학 제도 내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학부 강의를 하는데, 그래서 매우 긴장했다. 조금 무서웠는데 학부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헛소리를 하거나, 바뀐 분위기를 못 따라갈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소개를 하며, 학부 강의는 처음이라 많이 어색할 거라고 고백부터 했다. 어쩌겠는가. 그럴 듯하게 능숙함을 연기해봐야, 어색한 사람은 물을 마실 때도 어색한데. 실제 물을 마시다가 쏟았다… ㅋㅋㅋ 그래서 그냥 학부 강의 처음임, 이런저런 수업 방침은 조정할 수 있음을 시전하며 시작했다. 그래야 수강생도 정정기간에 빨리 철회하지.

아무려나 이번 학기에 논문 두 편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해야 하는데…

분주했던 8월

별로 쓸 거는 없지만 기록 삼아, 일기 삼아 남기는 블로깅.

8월은 좀 분주했는데 단순히 연극을 여러 편 봐서는 아니었다. 연극 관람은 즐거웠고 색자님 연극은 행복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3년 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년 만에 대중 강의를 했다(2008년에 한 강의부터 거의 모든 강의안이 한 폴더에 모여 있어서 확인이 수월…). 여기서 대중 강의라는 것은 학교 강의가 아닌 모든 강의를 지칭하는데 진짜 오랜만에 하는 강의라 많이 떨렸다. 심지어 그 강의가 지난주 목금 이번주 금으로 몰려 있어서 준비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덕분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어 좋기도 했다. 하지만 잘 했는지, 듣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늘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목요일에는 구자혜 작가님의 책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의 북토크에 패널로 참여했다. 구자혜 작가님의 고민과 희곡 쓰는 과정에서 들었던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재밌었고, 함께 패널로 참여한 오혜진 선생님의 탁월한 분석과 함께 어마한 진행 실력에 감탄했다. 사람들이 오혜진 선생님을 많아 부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북토크에 참여하며 미리 작가님에게 받은 질문은 자신의 책 혹은 연극이 왜 좋은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양구와 미안함의 윤리로 풀었다. 이와 관련한 메모는 나중에 이곳에 따로 남기고. 무엇보다 구자혜 작가 혹은 여당극이 연극 공연을 하며 만들어가는 윤리가 존경스러웠다. 공동체 구성원이 느슨하지만 신뢰하며 만들어가는 힘이 있어 이제까지의 연극이 가능했구나 싶었다.

참, 여당극에 함께 하는 배우님들 진짜 연기 잘 하시는데..! 제발 많은 곳에서 캐스팅해주세요!!

9월 대전에서 서울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퇴장하는 등장2″를 하는데, 진짜 좋다! 기존과 다른 형식인데다… 티켓이 매진이었나…

내 인생, 진짜 내게 단 한 번도 계획하거나 예상한 적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뭐 P니까 그러려니.

망각, 실패, 다정이

“어쩌면 우리는 가족, 혈통, 전통 따위를 잊고, 옛것이 새것을 만들어내거나 옛것이 새것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는 곳이 아니라 기억, 전통, 활용 가능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핼버스탬 2024, 148)

강의 준비하다가, 이 문장이 ‘다정이 병인 양하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