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했던 8월

별로 쓸 거는 없지만 기록 삼아, 일기 삼아 남기는 블로깅.

8월은 좀 분주했는데 단순히 연극을 여러 편 봐서는 아니었다. 연극 관람은 즐거웠고 색자님 연극은 행복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3년 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년 만에 대중 강의를 했다(2008년에 한 강의부터 거의 모든 강의안이 한 폴더에 모여 있어서 확인이 수월…). 여기서 대중 강의라는 것은 학교 강의가 아닌 모든 강의를 지칭하는데 진짜 오랜만에 하는 강의라 많이 떨렸다. 심지어 그 강의가 지난주 목금 이번주 금으로 몰려 있어서 준비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덕분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어 좋기도 했다. 하지만 잘 했는지, 듣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늘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목요일에는 구자혜 작가님의 책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의 북토크에 패널로 참여했다. 구자혜 작가님의 고민과 희곡 쓰는 과정에서 들었던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재밌었고, 함께 패널로 참여한 오혜진 선생님의 탁월한 분석과 함께 어마한 진행 실력에 감탄했다. 사람들이 오혜진 선생님을 많아 부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북토크에 참여하며 미리 작가님에게 받은 질문은 자신의 책 혹은 연극이 왜 좋은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양구와 미안함의 윤리로 풀었다. 이와 관련한 메모는 나중에 이곳에 따로 남기고. 무엇보다 구자혜 작가 혹은 여당극이 연극 공연을 하며 만들어가는 윤리가 존경스러웠다. 공동체 구성원이 느슨하지만 신뢰하며 만들어가는 힘이 있어 이제까지의 연극이 가능했구나 싶었다.

참, 여당극에 함께 하는 배우님들 진짜 연기 잘 하시는데..! 제발 많은 곳에서 캐스팅해주세요!!

9월 대전에서 서울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퇴장하는 등장2″를 하는데, 진짜 좋다! 기존과 다른 형식인데다… 티켓이 매진이었나…

내 인생, 진짜 내게 단 한 번도 계획하거나 예상한 적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뭐 P니까 그러려니.

망각, 실패, 다정이

“어쩌면 우리는 가족, 혈통, 전통 따위를 잊고, 옛것이 새것을 만들어내거나 옛것이 새것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는 곳이 아니라 기억, 전통, 활용 가능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핼버스탬 2024, 148)

강의 준비하다가, 이 문장이 ‘다정이 병인 양하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메모.

책 스캔 관련

오늘 몇 년 만에 대중(?) 강연 같은 것을 했는데 어쩌다보니 책 스캔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개인 소장을 위해서야 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혼자 신경이 쓰여서….

요즘 들어 좋은 책들이 유난히 많이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다음은 또 불안하다. 그러다보니 절판된 책을 중심으로 스캔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나만의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나는 좋은 책은 세 권을 구입하는 편이다. 줄 긋고 하면서 아무렇게 읽을 책. 그리고 온전히 보관할 책. 나중에 절판되었을 때 제본하거나 스캔할 책. (전형적인 덕후의 구입 패턴.) 그런데 세 권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지는 않아서, 나중에 절판된 이후에야 아차할 때가 있다. 거기다 요즘 들어 유난히 절판된 책이 많이 늘어서 좀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도 절판된 책 몇 권을 스캔했는데, 그러다보니 스캔 스캔 스캔 어휴…하면서 머리에 잔상이 강하게 남았나보다.

이북을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북은 인용하기 어려워서 조금 꺼리는 편이다. 쪽번호가 플랫폼이나 디바이스마다 다른 경우가 많다보니 인용이 중요한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매학기 기말마다 이북 인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종이책과 편집 스타일이 달라 감각이 다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종종 절판된 책은 출판사에서 이북 말고 종이책 판형의 PDF를 팔았으면 할 때가 있다. 깔끔하고 속편하기 때문에 종이책의 80% 정도의 가격이라면 기꺼이 구매할텐데. 앱으로 구동해도 괜찮으니(ezPDF는 제외하고) 안 될라나… DRM프리는 아닌데 구글 계정이나 특정 계정과 연동해서 해당 계정으로 로그인되어 있는 디바이스에서는 열람할 수 있고 계정 인증이 안 된 디바이스에서는 열람을 못 하는… 안 되나…

뭔가 있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