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변태건 결국 비건 채식

쓰라는 기말페이퍼는 안 쓰고 잠깐 오스트리아 빈의 퀴어 공간을 검색했다. 역시나 잘 정리해둔 문서와 홍보 팜플릿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충 목록을 보다가 내가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했다. 그러면서 쇼핑 항목만 선택해서 잠깐 살폈다. 퀴어를 상징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카페나 식당, 클럽 같은 곳은 제외했다. 클럽은 한국에서도 안 가는데.. 술도 안 마시는데… 같이 구경갈 일행이 생겨서 들리지 않는 이상 안 갈 듯하다. 카페나 식당은? 퀴어들이 자주 찾거나 퀴어에게 우호적인 식당이 어떤 형태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관심을 가질 사항은 아니다. 왜냐고? 음식과 관련 있는 순간부터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트랜스젠더거나 젠더퀴어거나 변태란 점이 아니다. 그 식당이 퀴어에 우호적이냐 아니냐는 내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비건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퀴어에게 우호적이면서 비건 식당이면 최고겠지만 아무려나 그러하다.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며 내가 퀴어임을 어떻게 드러낼까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항은 결국 내가 비건이란 점이다.
그리고 검색을 하며 고민했다. 나는 퀴어 공간(queer place)를 검색했지만 구글은 레즈비언과 게이 공간, 혹은 게이 공간을 찾아주고 있다. 트랜스젠더 공간을 검색하면 여행지 정보는 (별로)안 나오는 듯하다(대충 검색해서 확실하진 않다). 어떤 점이 문제일까? 오스트라이에선 모든 변태를 게이로 통칭하는 것일까? 그럼 레즈비언은 왜? 그리고 홍보 팜플릿엔 트랜스젠더란 용어가 들어가 있긴 하다. LGBT를 사용할 때의 딱 그 수준으로. 혹은 내가 검색하는 용어의 문제일까? 나는 어쨌거나 영어로 검색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많은 언어도 사용하지만. 그래서일까? 알 수 없지. 현재로선 뭐라고 판단할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오픈하우스에 초대합니다.

행사에 직접 참여는 못 하신다고 해도,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란 공간이 생겼음을 알리는 차원에서 포스팅합니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도 관련 정보가 유통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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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오픈하우스에 초대합니다.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쉬고, 놀고,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고, 인권에 대해 배우고, 자립을 위해 도움을 주는 종합적인 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글로벌기빙재단을 통한 국제모금, 십시일반 힘을 보태준 국내모금,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사업 선정으로 거리상담과 위기지원에 필요한 준비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주방,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낮잠 방,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샤워장,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상담실. 그리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편하게 놀 수 있는 오픈 홀! 오밀조밀한 작은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만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힘으로 직접 만들었기에 눈치보지 않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연말 바쁘시겠지만 꼭 참여하셔서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오픈을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개소식은 이틀에 걸쳐 진행됩니다. 오후 2시부터 개방하오니 개소식 참석이 어려운 분들은 낮에 잠깐 오셔서 차 한 잔 하고 가셔도 좋아요!!
<오픈하우스> 일정
12월22일 오후 2시 오픈
                      5시 성북지역 아동 청소년 교육단체 간담회
                      7시 개소식
12월23일 오후 2시 오픈
                      7시 개소식 (Kidida 추모예배 진행 예정)
장 소 : 한성대입구역 (4호선) 1번 출구 (도보 10분 거리)
※ 장소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후원인 여러분들에게는 장소안내를 자세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가문의 : 정욜 010-2090-일오구오 rainbowsafespace@gmail.com

이런저런 잡담[내용 추가]

기말 마감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정신이 없다. 그동안 쓴 수업 쪽글을 이제 슬슬 풀까? 글은 허접하지만 하루 때우기엔 무난한데.. 흥냥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처음으로 시험 삼아 ‘주제 컬렉션’ 혹은 ‘유사 자료 모아보기’ 같은 걸 시도했다. 그 첫번째는 매우 우연한 이유로 ‘한국동성애자단체연합회’ 기록물들이다. 1998~1999년 활동했던 연대체인데, 당시 어떤 기획과 상상력으로 단체 간의 연대를 모색했는지 가늠할 수 있어 흥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당시 기록물을 모두 모아뒀다가 기증해준 한채윤 님께 특히 고맙다. 지금은 정말 쓸모 없는 기록물이 10년 뒤에 어떻게 쓰일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암튼 자세한 것은 http://goo.gl/3PFIUo
이번 것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지운 뒤 PDF도 올렸으니(앞으로도 저작권 등의 문제가 없는 기록물은 PDF를 올릴 예정이다) 그냥 하나씩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
정보의 유통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만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퀴어락의 활동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트위터를 좀 더 신경쓰기로 했고,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다. 그 분과 이제 상근할 내가 좀 긴밀하게 이야기하면서 종종 기록물 관련 글을 올릴 예정인데…
ㄴ에서 말한 게시글의 경우 트위터에 올라가고 얼마 안 지나 60여 명이 읽은 것으로 표시되었다. 한편으론 잘 된 일이지만 SNS에 올라가야지만 정보가 유통된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오늘 어떤 행사가 있어서 시간을 대충 맞춰서 인권재단 사람으로 서둘러 갔다. 그런데 장소는 어두웠고 헤매다 찾은 공지글엔 장소가 바뀌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헐… 분명 행사 신청할 때 이메일 주소(필수)와 전화번호를 적었는데, 행사 관련 정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장소 변경 소식을 못 들었다.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장소 변경을 알리는 글이 없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장소가 바뀌었다는 말이 사전에 공지된 것일까? 내가 못 찾은 어디에 있는 걸까? 바뀐 장소로 갈까 하다가 도착하면 늦을 것이 뻔했고 좀 화가 나서 그냥 귀가했다.
20141222 추가: 문자로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핸드폰 번호를 등록하지 않아서 연락을 못 받은 거네요.. ㅠㅠㅠ 확인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써서 주최측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ㅠ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귀가했는데 관리비 용지가 와 있다. 헐…
이번에 새로 디자인을 바꾸면서 동일 면적의 거주가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비 및 난방비와 내가 사용하는 비용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당황했다. 전기비는 평균에 비해 45%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고, 난방비는 55%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헐… 나로선 좀 더 아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늘 걱정이었는데 대충 평균의 50% 수준이라니 조금은 안심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려나 관리비 용지를 보고 기분이 좀 좋아지다… 이거야 말로 ‘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