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젠더를 말한다고 해서 그 언어에 트랜스젠더나 LGB의 다른 젠더가 포섭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상황에서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깨닫는다. 그럴 때마다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화가 나고 불쾌함을 감추기가 힘들다. 젠더로 분석한다는데 그 젠더는 정확하게 말해 이원젠더고 모든 사람을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환원한다. 그리하여 트랜스젠더가 비트랜스젠더와 다른 삶의 맥락, 바이, 레즈비언, 그리고 게이가 이성애자와는 또 다르게 겪고 있는(또한 당연히 유사하게 겪고 있는) 젠더화된 삶의 미묘한 맥락이 모두 사라진다. 그런데도 이원젠더를 모두에게 일괄 균질하게 적용하면서 정당한 접근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볼 때, 때론 화가 난다.

이원젠더를 젠더로, 그리하여 LGBT/퀴어를 이원젠더로 환원해서 설명하는 방식과 모든 인간을 이원젠더로 환원하는 방식 자체를 젠더로 재독해하는 방식, 서로 다른 젠더 이해가 지금 충돌하고 있다. 그럼 이것은 트랜스젠더를 젠더로 부르는 방식, 젠더퀴어의 등장 등과 어떻게 연결해서 다시 사유할 토대가 될까?

잡담

주말에 마을버스를 타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잠시 돌았다.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 구경을 할 때마다 깨닫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정말이지 구역 하나하나를 다 계획해서 만든 곳이다. 아파트가 몇 채 있으면 그 근처에 공원이 있고, 학교가 있고, 마트가 있다.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대체로 이런 형태로 구획되어 있다. 편하다면 편하지만 딱히 좋다는 느낌은 없다. 그냥 살고 있는 곳이란 인상이지.

얼마 전엔 내가 이런 곳에 살아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했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낯설었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몇 채의 상가건물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역 근처에 밀집해 있다. 그 외엔 뭐가 없다. 그냥 대체로 조용하고 깨끗하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최소한 10개 국어를 들을 일은 더더욱 없다. 그냥 무난한 분위기. 그냥 조용한 분위기. 편하지만 이질적이다. 얼추 2년 가량 살았는데 여전히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란 느낌이 없다. 아니, 내가 이런 동네에 살아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하며 어떤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몸 둘 바를 모르는 나는 몸 둘 바가 없긴 하다(이 말은 ㅈㅎ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진부하고 무난한 삶과 외모가 늘 고민이다. 나의 평범함이 내 고민의 주요 축이다.

몇 년 전 내가 알바를 하던 곳에서 두어 달 인턴을 하던 사람은 뭐가 그리 좋았는지 지금도 찾아와서 당시 같이 일한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이제 2주 남은 나는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은데(살다보면 예기치 못 한 목적으로 방문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단지 두어 달 인턴으로 몇 년을 찾는다. 그래, 이것이 사회생활이구나. 그래서 난 안 되는 거였구나. 끄덕끄덕.

한국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워크숍 바이+트랜스젠더

SOGI법정책연구회에서 오는 금요일과 12월 19일 금요일에 한국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바이와 트랜스젠더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많은 분이 참여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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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기획/발주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가 조사를 진행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가 최종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조사를 통해 얻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간성, 퀴어들의 삶과 욕구를 담은 결과를 커뮤니티와 인권단체가 잘 활용하기 위해서 함께 들여다보고, 해석하고, 의미를 도출해서 우리의 청사진으로 삼기 위한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이 워크숍은 LGBTI 관련 단체와 함께 준비하고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워크숍
 
11월 21일: “바이섹슈얼/퀴어” 워크숍
12월 19일: “트랜스젠더/인터섹스” 워크숍
 
시간: 늦은 7:30~10:00
장소: 인권중심사람 (2호선 홍대역, 6호선 망원역/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0길 26)
참가대상: 각 주제에 관심있는 LGBTI 커뮤니티 구성원들
참가비: 5,000원(주요결과 보고서 포함), 3,000원(보고서 미포함)
 
주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주관: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한국레즈비언상담소+동성애자인권연대+바이모임+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기획단
문의: sogilp.ks@gmail.com 0505-300-0517(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 나영정), 02-745-7942(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