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주말에 마을버스를 타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잠시 돌았다.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 구경을 할 때마다 깨닫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정말이지 구역 하나하나를 다 계획해서 만든 곳이다. 아파트가 몇 채 있으면 그 근처에 공원이 있고, 학교가 있고, 마트가 있다.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대체로 이런 형태로 구획되어 있다. 편하다면 편하지만 딱히 좋다는 느낌은 없다. 그냥 살고 있는 곳이란 인상이지.
얼마 전엔 내가 이런 곳에 살아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했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낯설었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몇 채의 상가건물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역 근처에 밀집해 있다. 그 외엔 뭐가 없다. 그냥 대체로 조용하고 깨끗하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최소한 10개 국어를 들을 일은 더더욱 없다. 그냥 무난한 분위기. 그냥 조용한 분위기. 편하지만 이질적이다. 얼추 2년 가량 살았는데 여전히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란 느낌이 없다. 아니, 내가 이런 동네에 살아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하며 어떤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ㄴ
몸 둘 바를 모르는 나는 몸 둘 바가 없긴 하다(이 말은 ㅈㅎ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진부하고 무난한 삶과 외모가 늘 고민이다. 나의 평범함이 내 고민의 주요 축이다.
ㄷ
몇 년 전 내가 알바를 하던 곳에서 두어 달 인턴을 하던 사람은 뭐가 그리 좋았는지 지금도 찾아와서 당시 같이 일한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이제 2주 남은 나는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은데(살다보면 예기치 못 한 목적으로 방문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단지 두어 달 인턴으로 몇 년을 찾는다. 그래, 이것이 사회생활이구나. 그래서 난 안 되는 거였구나.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