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가 동일성이 아닐 때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의 홈페이지는

ㄱ. 주민등록번호나 아이핀 등으로 개인식별을 하지 않는다.
ㄴ. 따라서 무제한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ㄷ. 홈페이지엔 법적으로 규정된 교육 때문에 일년에 한 번 정도 로그인해서 신청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ㄹ-1. 과거에 한 번 가입한 사람이 그 당시 아이디를 기억할리 없어 새로 가입한다.
ㄹ-2 과거에 가입했지만 가입 여부 자체를 기억 못 해서 그냥 일단 새로 가입한다. (여기까지는 나름 양호)
ㄹ-3 과거에 가입해서 과정을 신청했지만 본인이 가입하지 않았다. 어떤 특수성으로 가입자가 속한 직장의 교육담당자가 해당 직장에 속한 사람 모두를 일괄 회원가입 시키고 교육에 등록시키는 경우가 있다(과거 주민번호를 받을 때도 이렇게 하더라..). 그 담당자만 아이디와 비번을 안다. 나중엔 그도 기억 못 하겠지만… 아무려나 이런 이유로 가입되어 있음은 알지만 아이디도 비번도 전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은 무작정 새로 가입하진 않고 홈페이지 관리자인 내게 전화를 한다.

ㄹ-1과 ㄹ-2의 문제
: 오늘 새로 가입하고선 왜 과거 이력을 찾을 수 없느냐며 화낸다.
그런데 이런 건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다.

ㄹ-3의 문제
: 이게 좀 심각한데, 당사자가 자신의 아이디id와 비번을 모르니 동일성identification 따위 사실상 없다. … 따라서 몇 가지 정보로 아이디도 알려주고 비번은 초기화해줄 수밖에 없다. 본인이 맞겠거니 할 밖에…
더 심각한 문제는 본인이 아니라 교육 담당자가 직원의 아이디와 비번을 잊었거나 새로운 담당자가 왔는데 (당연히) 전 직원의 아이디와 비번을 인수인계 안 한 상황이다. 회원가입을 시킨 교육담당자가 본인인지, 이름과 다른 몇 가지 정보가 같은 사람이 본인인지 애매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교육담당자가 직원의 정보를 얼추 다 갖고 있어서 교육담장자가 A아이디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면 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담당자가 전화를 해서 직원의 아이디와 비번을 묻는 일이 있다. 알려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알려주기엔 찜찜하고 안 알려주면 나중에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해선 화를 낸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모든 것을 주민등록번호로 관리하는 한국에서
주민등록번호 없이 무언가를 운영하려고 할 때,
그리고 회원가입을 하는 사람도 아이디와 비번 관리에 매우 소홀한 상황일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몇 년으로 끝나고 몇 년 뒤엔 이런 일이 안 생기길 바라지만, 뭐, 여전하겠지? ㅡ_ㅡ;;;


나도 미쳤지, 알바 따위가

지금 하는 일이 3주도 안 남은 지금, 오늘 빼고 열두 번 정도만 더 출근하면 끝나는 지금 내년에 내가 일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사람이 없다. 일반적인 경우에 이것은 재계약이 없다는 뜻이겠지? 올해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내게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내년에도 유지할지 그것부터 알 수 없다. 나로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내게 인수인계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없다. 일단 11월로 계약이 끝나지만 그 이후로 처리할 일이 이것저것 여러 가지인데 이와 관련해서 대비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미쳤지, 이런 상황인데도 나 혼자 알아서 인수인계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미쳤다.

누구도 내게 내년에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묻지 않았고 당연히 인수인계문서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 혼자 인수인계문서를 작성했다. 내가 일을 그만두면 이 일을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팀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없다. 그걸 걱정했다. 미쳤다. 계약직 알바 따위가 정규직의 일을 걱정하며 대비하고 있었다. 정말 웃긴 일이다. 계약으로 정해진 월차나 연차도 없어서 아플 때 쉴 수 있는지는 오직 담당자의 선의에 따를 수밖에 없다. (올해 계약할 때 월차를 계약조건에 넣길 요구했지만 당시 담당자는 이를 거부했다.) 담당자가 선의를 베풀지 않으면 아파도 출근해야 한다. 아니, 이런 것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든 눈치가 보이고 쉽지 않다. 뭐, 이런 조건인데도 알바 따위가 정규직을 염려하고 있었다. 나도 미쳤지. 정말 미쳤지.

지금까지 내게 잘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업무 조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어젠 빡칠 뿐만 아니라 혐오스러운 일도 있어서) 내가 인수인계문서를 만들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 알바 따위, 계약직 따위 그냥 그만두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