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남았다. 알바를 말한다. 한 달이 지나면, 경제적 측면에서 백수다. 아, 순수한 백수는 아니고 투잡 뛰는 알바에서 일주일에 한 번 가서 일하는 알바로 바뀐다(9월부터 투잡 뛰는 알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몇 년 정도 했던 지금 일이 올해로 마지막이고 딱 한 달 남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기쁘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지금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몇 해에 걸쳐 계약을 갱신했다. 해마다 마치 처음 일하는 사람처럼 계약을 갱신했고 마치 익숙한 사람처럼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는 일의 정규직 담당자, 혹은 업무상 담당자보다 내가 더 잘 아는 상황이 되었다.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하다. 중간에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면서 실질적 실무자가 내가 되거나, 계약직 알바와 정규직 담당자가 업무를 나누는 상황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선 내가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적었듯,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게 나로선 무리다. 많이 지치기도 하고, 오래 하면서 일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거니와(문의 전화에 온갖 정보를 제공했는데 전화 끊을 때 통화 규정에 따라 내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때론 이상하다고!!!) 익숙해지면서 느끼는 불안, 익숙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젠 정말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스럽게도 내년부터 다른 일을 할 기회가 생겼고 덜 부담스럽게 지금 일을 그만둘 수 있으니 기쁘다.
그만둔다고 기뻐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지 인수인계 문서를 상당히 꼼꼼하게 작성하고 있다. 누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만들고 있다. 내가 부지런해서거나 책임감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다. 내년에 혹은 일을 그만 둔 이후에, 지금 일하는 곳에서 내게 전화를 해서 문의하는 일이 안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순전히 이런 이유다. 이런 이유로 12월 초에 핸드폰 번호를 바꿀까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하고 있다. 일이 끝났는데 담당자가 업무를 몰라서 내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싶진 않다고. ;ㅅ;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인수인계 문서를 작성하다가, 또 이런 거 해서 무엇하나라는 생각도 한다. 계약직 알바라서 계약기간에 휴가도 없었고 월차 같은 것도 병가 같은 것도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날 한 번 정도 빠질 수는 있다고 해도 그것이 담당자와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라서 편하지 않다. 담당자의 선의에 좌우되는 상황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가장 불안정한 상황이다. 내게 잘해준 담당자들에게 고맙지만 편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일했는데 뭐가 좋다고 인수인계문서를 작성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냥 핸드폰 번호 바꾸면 그만이지.. 하지만 세상 사는 게 또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서 갈등하면서 문서를 작성한다. 퓨후
아무려나 이제 한달이다. 한 달!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