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변화, 젠더의 변화

예전엔 옷을 주로 헐렁하게 입었다. 몸에 비해 한 치수 이상 크게 입었고 이것이 나로선 편했다. 상당히 오랫 동안 이렇게 입었기에 이 사이즈가 내게 잘 맞는 사이즈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임에도 한 치수 이상 크지만 내게 맞다고 느끼는 사이즈가 없을 때면 아쉬워하곤 했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제나 그렇듯 선택할 수 있는 옷은 남녀공용이거나 남성용이었다. 디자인은 비슷해도 옷의 라인은 매우 다른데, 내가 찾는 사이즈에 맞는 옷은 언제나 남성용에 가까웠다. (한국의 많은 사이트는 여성용 빅사이즈를 판매하지 않는다. 별도의 빅사이즈 몰이 있거나 빅사이즈 판매자가 있을 뿐.)

요즘은 옷 입는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정확하게는 특별히 많이 바뀐 것은 아닌데 그저 내 치수에 맞는 옷을 구입해서 입고 있다. 예전이라면 내게 작을 것이라고 느꼈던, 그리하여 실제로 내게 작다고 믿으며 이 사이즈는 내게 맞지 않다고 여겼던 사이즈의 옷을 구입해서 입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옷을 고르다보니 여성용으로 분류된 옷도 어느 정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로 구입하고 있는 옷의 라인이 다르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뭔가 스타일이 변했다고 말하곤 하는데, 어쩌면 이런 변화를 감지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것보다 재밌는 일이 있었으니. 어느 점심 시간에 비빔밥을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며 조용히 있었다. 얼마 후 서빙하는 분이 “언니, 비빔밥 나왔어요”라며 음식을 주고 가셨다. 우오호. 이것은 스타일 변화의 빠워, 라인 변화의 빠워!

딱 한 번 있은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다른 어떤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했을 때,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삼촌이네라며 밥을 더 퍼준 일도 있었다. 그 이후 주문을 받는 방식을 신경 썼더니, 여자 밥 몇 개, 남자 밥 몇 개란 식이었다. -_-;;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아가씨 밥이었다가)삼촌밥을 받은 나는 아가씨 밥만큼만 먹고 남겨서 트랜스밥을 만들었다. 😛

정말 내가 듣고 싶은 얘기는 언니나 삼촌 같은 표현이 아니다. “넌 도대체 뭐냐?”란 반응이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 중에, 그것도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내가 일하는 곳은 정부청사와 기업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렇게 질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며, 이렇게 질문하느니 그냥 대충 판단해서 응대하겠지만.

요즘의 화두

지난 주 월요일 저녁, 갑자기 속이 매스꺼워서 토했다. 지난 토요일 밤부터 속에서 불이 나는 느낌으로 안 좋아서 매실액으로 속을 달랬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부터 속이 매스껍고 두통이 심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한 다음 먹은 걸 다 토했다.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이곳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작년 혹은 재작년까지 채식 관련 글을 쓸 때마다 했던 얘기가 있다. 최소한 2000년 이후로 병원에 간 적이 없다는 얘기다. 정말이었다. 체력이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라고 할 정도로 어디 아프지 않았다. 물론 만성두통으로 진통제를 상비했고 비염으로 비염약을 상비했지만 그 외 아픈 곳은 딱히 없었다. 작년 초겨울 잠시 아팠는데 그게 거의 10년만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픈 곳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내내 아프다. 어디 아프다가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 혹은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아프다. 피를 토하기도 해서 위내시경도 받았다(위내시경은 반드시 수면내시경을 추천합니다.. 우웨엑). 피검사를 받으면 어디 특별히 아픈 곳 없다는 데 계속 아프다.

아픈 몸을 조금이라도 다스려보려고 E의 큰 도움을 받아(E가 아니었다면 상태가 더 나빴을 것이다) 평소 그렇게도 안 하던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적당히 가려먹기도 했다(라면은 못 끊는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도 간혹 며칠 챙겨 먹기도 했다. 몸이 아프니 공부의 효율도 떨어지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으니 필요한 일이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고민도 묘하게 변한다.

몸이 아플 때마다, 아픈 몸을 어떻게든 보듬으며 아픈 몸을 고민하며 떠오르는 또 다른 고민은 묘하게 변했지만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규범성과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불화를 일으키면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불화와 갈등을 대중강연 같은 곳에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 나는 지금 이것이 고민이다. (그리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아픈 몸으로 어떻게 규범성과 불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삶의 태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몸이 계속 안 좋으니 이런 고민이나 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사진공모전 노출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기획단에서 트랜스젠더 사진전을 합니다.
많은 분이 참여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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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5. – 11.23.
트랜스젠더 사진공모전 노출
들려주세요. 당신이 나를 찾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보여주세요. 당신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함께나눠요. 당신의 인생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과 사람들을.
KSCRC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기획단에서는 여러분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모아 사진전을 열고자 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는 사진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살아온 결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사진의 조각들을 이어모아, 2014 조각보 트랜스젠더 사진전 <노출>이 만들어집니다.
사진을 보내주세요!
당신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응모주제
: 그때 그 순간 – 내가 나 자신을 찾은 순간을 담은,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 티부심 – 나를 나로 느끼는 순간을 담은 사진. 스스로가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느낀 순간을 담은 사진.
: 추억, 기억 – 살아오면서 나에게 의미있는 기억, 사람, 사건을 담은 사진
응모기간
: 2014년 11월 9일 (일)까지
응모대상
: 모든 트랜스젠더와 그 주변 사람들
응모방법
: 사진 한 장 및 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세요. 사진은 고화질 스캔(핸드폰 사진의 경우 고해상도사진)으로 보내주시면 좋아요.
메일
: jogakbo1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