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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보조 알바를 하다보니, 홈페이지도 관리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엔 회원가입을 많이 받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내가 일하는 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으로 공공기관 사이트지만 주민번호 등을 일절 안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회원가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예전에 회원가입을 했지만 아이디가 기억이 안 나서 새로 가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그런데 어떤 사람 ㄱ이 3개월 전에 회원가입을 해서 어떤 일을 한 다음 잊고 있다가, 며칠 전 홈페이지를 다시 찾았다. 그리곤 이전의 아이디가 기억이 안 났는지 회원가입을 새로 했다. 그 다음 ‘나의정보’ 페이지에서 3개월 전의 이력을 찾으려고 했지만 ‘나의정보’엔 아무 것도 안 나왔다. 그리고 담당자인 내게 전화를 했다. 버럭 화를 내며, 항의하는 목소리로 3개월 전 이력을 찾을 수 없다며.
농담 같겠지만 이런 경우 정말 많다. 심지어 항의하는 사람은 무척 진지하다. 궁서체 수준으로.
02
자, 이렇게 해서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 전화 건 사람의 반응은?
ㄱ. 하하하, 겸연쩍은 뉘앙스로 웃는다.
ㄴ. 고맙습니다,라며 깔끔하게 전화를 끊는다.
ㄷ. 홈페이지를 무슨 그따위로 만들었냐,며 화를 낸 다음 전화를 끊는다.
ㄴ의 반응이 가장 적고, ㄱ이 일반적이고, ㄷ처럼 반응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드물지 않고 심심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