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퀴어문화축제엔 일단 기괴한 화장을, 더 정확하게는 카메론 미첼의 헤드윅 화장을 하는 거야. 헤드윅 뮤지컬 배우의 화장을 보면 미첼은 기괴한 포스에 간지가 작렬하는데 한국에서 진행한 헤드윅의 배우들은 그저 예쁘장한 분장을 하더라고. 미첼의 헤드윅 화장을 하고 천사 복장을 입고, 내키면 한 명 정도는 예수 코스프레도 하는 거지. 그리고 올해처럼 내년에도 일부 교회에서 방해 집회를 하면 기괴한 분장을(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조커 분장도 괜찮겠다) 한 예수와 대천사 코스프레를 하는 무리가 화염병을 던지는 거지. 후후후. 짜릿하지 않아? 화염병이 좀 그러면 짱돌 정도?
어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떠오른 또 다른 아이디어도 있어. 내년 퀴어 퍼레이드 때는 트럭 위에서 몸을 십자가에 묶고, 몸에 바늘을 꽂았다가 뽑는다거나, 칼로 몸에 상처를 내며 피를 흘리는 S/M 쇼를 하는 거지. 이건 좀 해보고 싶어. 퍼레이드 행사에서 이걸 하면 상당히 재밌을 거 같아. 트럭 위에서 춤을 추고 사람들의 흥을 북돋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BDSM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폭력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저항 운동 마저도 ‘비폭력’ 강박에 빠지고 매우 조신하게 움직이는 게 꽤나 답답했던 평소 고민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어. 사회적 소수자가 공적으로 발언할 때면 우아하고 친절하게 얘기를 해야 하고, 다른 어떤 흠도 잡혀선 안 된다는 고민을 하기 쉬워. 사회적 소수자가 조금만 격렬하게 행동해도 ‘그렇게 하면 우호적인 사람도 다 떨어져 나간다’는 걱정(이라고 주장하는)이 등장하지. ‘나는 LGBT에 우호적이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좀 그렇고 그렇게 하면 누구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란 식의 글도 무척 많지. 헛소리 하지마. 친절하고 비폭력적으로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사회가 사회적 소수자의 말을 듣느냐면, 전혀 아니야. 결코 안 들어. 사회적 소수자는 친절하고 순응할 때가 아니라 저항하고 거스를 때 권력, 저항의 강력한 힘을 획득할 수 있어.
퍼레이드에서 화염병을 던지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던지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요즘처럼 모든 운동이 비폭력, 촛불, 조심조심하고 적법한 수준에서만 진행하려는 태도는 무척 답답해. 화염병을 던지던 방식이 지금의 촛불집회 방식보다 좋다며 비교 우위 식 평가를 하려는 것은 아니야. 어떤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어. 지금처럼 비폭력, 비폭력, 비폭력 강박에 빠지고 조금만 격렬해도 비난하는 분위기가 답답하고 납득이 안 될 뿐이야. 퀴어 운동, 트랜스젠더 운동, 트랜스퀴어 운동은 좀 더 폭력적으로 운동을 진행할 수 없는 걸까? 정말 대천사 코스프레로 화염병 좀 던져야 할까? 어떻게 하면 지금의 ‘비폭력’이란 한계를 깰 수 있을까?
화염병과 촛불 사이에서, 혹은 그 너머의,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매우 폭력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