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고민…

어떤 연구를 선행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어떤 연구가 상대적으로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참 어렵다. 결과적으론 내가 끌리고 지금 연구하기에 즐거운 주제를 선택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종종 갈등할 때가 있다.

구체적으로, ‘트랜스퀴어 혐오폭력과 이성애 범주의 구성’이란 주제와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는 나름 오랜 시간 묵히고 있는 주제다. 둘 다 아이디어 메모는 있는 단계기도 하다. 둘 다 작업에 들어가면 ‘하악하악’하면서 진행할 주제기도 하다. 그런데 이 중 어떤 주제를 먼저하면 좋을까? 주제를 선정한다는 것은 시급성 혹은 시의성을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럴 때 어떤 주제를 지금 이 순간 선택해야 할까?

주제의 중요성만 따진다면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에 약간의 무게를 더 주고 싶다. 이 주제는 정말 할 이야기도 많고 해야 할 말도 많다. 내겐 부채의식이 있는 주제기도 하고. 그럼에도 나 역시 엄청 미루고 미적거리는 주제기도 하다.

그렇다고 ‘트랜스퀴어 혐오폭력과 이성애 범주의 구성’이란 주제가 덜 중요하냐면 그렇지 않다. 이것 역시 매우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쉽게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이 주제는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 주제와 매우 밀접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 어떤 걸 먼저 해야 할까? 여기서 고민과 갈등이 소록소록 피어난다. 물론 귀찮으면 전혀 다른 주제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고민이다. 고민.

귀찮아서 채식한다

귀찮아서 채식한다. 이것은 인식론적 전환을 요구하는 언설인지도 모른다.

우유나 계란만 먹어도 먹을 게 엄청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디 여행을 가도 좀 더 수월하고. 나도 종종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과 계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 그냥 간단하게 육류도 먹는 잡식을 하면 덜 귀찮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종종 반찬 만들어 먹기가 너무너무너무 귀찮고, 일주일치 반찬을 미리 만들어야 하는데(많은 경우 E가;;; ) 메뉴를 선택하는 일도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다. 육식을 한다면 그냥 참치캔이나 스팸으로 때울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것을 거부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지속한 삶의 방식(이른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니까 정치적 이유로 이러는 것이 아니다. 껠바사 터진 내가 그럴 리 없다. 말 그대로 귀찮아서 그런다. 식습관을 바꾼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삶의 양식 자체를 바꾸는 일과 같다. 그러니 이것은 단순히 신념이나 정치적 판단의 전환이 아니라 엄청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비건 채식을 하고 있을 땐, 뭔가 찜찜하다 싶으면 아예 안 먹으면 된다. 그냥 그건 나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제품이나 계란을 추가해보라. 관련 성분이나 그런 걸 또 신경 써야 한다. 이것이 내가 먹기로 한 무언가의 부류에 속하는지, 내가 먹지 않기로 한 무언가의 부류에 속하는지 새롭게 배우고 가늠해야 한다. 이건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귀찮다. 그냥, 지금처럼 이상하다 싶으면 안 먹는 게 가장 쉽다. 그냥 내가 껠바사서 그런 것 뿐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늘어난다는 것, 먹지 않겠다고 선택한 항목이 줄어든다는 것은 덜 신경 쓰거나, 지금처럼 신경 쓰는 일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아예 다르게 신경 쓰는 일이다. 신경 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일이다. 아, 상상만으로도 귀찮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워크숍

행사 홍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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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기획/발주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가 조사를 진행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가 최종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조사를 통해 얻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간성, 퀴어들의 삶과 욕구를 담은 결과를 커뮤니티와 인권단체가 잘 활용하기 위해서 함께 들여다보고, 해석하고, 의미를 도출해서 우리의 청사진으로 삼기 위한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이 워크숍은 LGBTI 관련 단체와 함께 준비하고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워크숍
 
09월 26일: “레즈비언” 워크숍
10월 17일: “게이” 워크숍
11월 21일: “바이섹슈얼/퀴어” 워크숍
12월 19일: “트랜스젠더/인터섹스” 워크숍
 
시간: 늦은 7:30~10:00
장소: 인권중심사람 (2호선 홍대역, 6호선 망원역/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0길 26)
참가대상: 각 주제에 관심있는 LGBTI 커뮤니티 구성원들
참가비: 5,000원(주요결과 보고서 제공)
 
주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주관: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한국레즈비언상담소+동성애자인권연대+바이모임+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기획단
문의: sogilp.ks@gmail.com 0505-300-0517(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 나영정), 02-745-7942(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