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케이크를 먹고 싶은데 일반 빵집에선 구입할 수 없으니 베지홀릭에 가려 했다. 하지만 그 위치가 매우 애매하여 오랫 동안 미루고 미뤘다. 더구나 베지홀릭 케이크는 전날 예약을 해야 해서 뭔가 좀 번거롭다. 하지만 E가 그 모든 번거로움에도 사준다고 하여 드디어 베지홀릭에 갔다! 후후후

예약한 케이크를 찾으러 갔는데, 매니저(?)가 초는 몇 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E는 한 개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잠깐 머뭇머뭇하더니 알았다고 했고, 우리는 잠시 다른 빵을 구경하고 또 골랐다. 빵을 한참 고르고 있는데 매니저의 고객응대 발언.
“한 살짜리 아이에겐 이 빵도 좋아요.”
…??? 무슨 소리지? E와 나는 둘 다 당황하며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하며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하니 초를 하나 달라고 했는데 그걸 한 살짜리 아이가 있다고 해석하신 건가??? 뭔가 어색한 기분으로 빵을 좀 더 고른 다음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 생일인데 어떤 걸 선물로 드릴까요? 아이용으로 드릴까요, 어른용으로 드릴까요?”
…?!? 에엥???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초 하나 있다는 소리를 한 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소리로 이해한 거야? 완전 벙쪘다. E는 완전 붕괴한 상태로 멍… 잠시 가만히 있다가 아무거나 골라도 괜찮냐고 물었다. 뭐든 고르라는 답변. 그래서 4,000원하는 초코브라우니 빵을 골랐다. 우후후.
달콤한 순간이다.
(충격이 큰 E는 한참을 중얼중얼…)

+
정확하게 이 찰나가 이성애규범성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모든 것을 이성애 관계로, 이원젠더에 수렴한 존재로 상상하고 그에 따른 각본으로 반응하고, 이것이 일상의 가장 무난한 대화라고 믿는다.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 이성애규범성이며 이성애가 보편질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캬악.
… 하지만 썩은 표정으로 잠시 참고 브라우니를 획득했으니, 달콤해. 후후후.

불편함

언젠가 적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트랜스젠더 정치, 퀴어 정치가 끊임없는 불편을 야기하는 정치학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오늘의 불편함이 내일의 패션이 될 때, 또 다른 불편함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불편함을 야기하는 자신의 삶을 견딜 수 있거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단함이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내가 어떤 자리에 갔을 때 그때도 끊임없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어딜 가면 참 편하다는 말(어떤 사람과 함께 있으면 편하다는 것과 다른!)은 나의 감각이 무뎌지고 있거나 안주하기 시작했다는 게 아닐까. 그런 것은 아닐까.
칼리피아 옵하의 메모를 읽다가 문득 반성하고 있다.

귀가

대체공휴일도 있고 해서 좀 길게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에선 대체로 무난하게 지냈다. 뇌수술을 하면 몇 년 간 성격이 변한다고 했다.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변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특히나 별일 아닌데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정반대로 바뀌었다. 그 동안 화를 내거나 집요하게 말씀하시던 이슈를 대충 말하곤 그냥 넘어가고 있다. 오호… 물론 여전히 결혼을 요구하지만(어머니, 저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어요. 물론 이른바 ‘결혼 적령기’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_-;; ) 예전만큼 집요하거나 그렇진 않다. 이렇게 몇 년 버티면 뭐라도 되겠지. 아무려나 예전보다는 좀 더 편한 느낌이라서 그냥 어머니와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 고양이판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싶은 그런 고양이판이었다. 바람만 있을 때의 두 배가 아니라 바람만 있을 때의 네 배 수준인 듯. 하긴, 바람만 있을 땐 청소하고 몇 시간은 그럭저럭 깔끔했는데 보리가 오고 나서 청소하고 10분이면 청소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지. 우후후. 발랄하고 활달한 고양이 같으니라고. ;ㅅ;

그나저나 왜 자꾸 트래픽초과가 나오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