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을 하다보면 사생활이 너무 많이 노출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사생활이 노출된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느냐만 이게 누적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잘한 정보를 잘 조합하면 내가 어디 사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등 사소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로깅을 할 때면 이런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나의 자잘한 일상을 공개하지 않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블로깅 거리 생겼다고 좋아라 블로깅한다. 아파서 드러누웠을 때 E가 아니면 누구도 모를 정보를 하루라는 시차로 공개한다. 이럴 때 블로깅은 내가 아프다는 목적이 아니라 블로깅 거리가 생겨서 기쁘다는 의도에 더 가깝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정보는 거의 하루 시차로 꼬박꼬박 올린다. 어떤 고민의 단상이라도 생기면 여물지도 않았는데 하루 시차로 꼬박 올린다. 그러니 이곳은 나의 사생활이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노출된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의 가장 큰 문제는 범죄만은 아니다. 범죄도 물론 조심해야 한다. 며칠 집을 비운다는 정보는 범죄의 잠재적 가능성을 야기한다. 그러니 이런 정보는 시차를 많이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범죄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방식으로 내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정보는 시차를 아예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두고 공개할 때도 있다. 어디 갔다 왔다는 얘기 같은 건 한참의 시차가 생긴 다음에 공개하지 않으면 여러 모로 피곤할 때가 많다. 그리하여 사생활을 공개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작업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다.
블로깅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는 이상 고민의 단상만으로는 글을 채울 수 없으니 일상 생활을 적당히 노출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삶에 영향은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조작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덜 피곤하기도 하고. 그러니 일상로그는 어떤 의미에서 조작된 혹은 편집된 일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