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식당 찾기

가끔 채식식당을 검색할 때가 있다. 어딘가 놀러갈 때, 혹은 낯선 지역에 갈 때 근처 채식식당이 있다면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딱 좋으니까. 항상 밥 먹을 곳이 마땅찮아서 고민이기에 채식식당을 미리 검색해서 가면 좋다. 물론 채식식당 앱이 있긴 하다. 그게 업데이트가 잘 안 되는 게 문제라면 문제. 헛걸음을 많이 했더니 신뢰가 안 돼서.. 끙.
아무려나 채식식당을 검색하다보면 종종 의외의 곳을 찾곤 한다. 채식전문점은 아닌데 채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곳. 그 중에서 중국집인데 채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종종 있다. 여의도에 있는 신동양처럼 아예 채식메뉴를 다량 갖춘 곳이 아니라도 별도로 주문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이런 곳은 동네 주민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다. 석사시절 학교 근처에도 채식으로 주문하면 채식으로 짜장면을 만들어주는 중국집이 있었다. 우연한 발견이었는데, 무슨 행사 뒷풀이로 그곳엘 갔고 그때 매우 우연히 채식으로 주문할 수 있음을 알고 자주 애용했다. 이런 곳, 채식전문식당은 아니지만 채식으로 주문하면 만들어 주는 메뉴가 두어 개 있는 가게가 간혹 있다. 낯선 곳에, 아무런 정보 없이 갈 때면 종종 이런 정보가 아쉽기도 하다. 찾아도 안 나오니까. 하지만 채식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면 이런 곳도 더 늘어날까?
그런가 하면 내가 이태원에 살 때만 해도 채식전문점이 사실상 없었는데(비건 파스타 전문점이 있었지만 망했.. ㅠㅠ) 작년인가 비건 빵집이 하나 생겼다. 우호호, 나중에 꼭 가봐야지. 그런데 왜 고양고양 고양시로 이사한 다음에.. ㅠㅠㅠ 물론 발효빵집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혹은 신촌에도 비건빵집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두 곳인가. 하나는 비건빵집을 표방하고 다른 곳은 발효빵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다. 기쁜 일이다! 후후.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이런 곳이 확 줄어든다. 아니 매우 적다. 고양시만 해도 몇 곳 없다. 아파트촌이고 학생들이 많아서 발효빵집이 생기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데도 안 생겨서 무척 아쉽다. 결국 채식식당만 찾아도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어서 어쩐지 씁쓸하다. 다른 지역에도 많으면 참 좋을 텐데. 강릉이라던가, 강릉이라던가, 강릉이라던가. 초당순두부 같은 거 말고…

바람과 보리, 두 고양이

바람과 보리 고양이가 함께 있는 장면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둘은 늘 자주 같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하면 바람이 후다닥 도망가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 찰나를 잡은 모습이다. 바람이 후다닥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기 직전의 모습이랄까.
뭐, 대충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흐흐흐.

장진, 차승원의 하이힐,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

*수정하지 않아서 비문이나 오탈자가 넘칠 수 있습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 <하이힐>을 봤다. 차승원이 mtf/트랜스여성 형사역을 한다고 해서 개봉 전부터 나름 유명했다. 나 역시 기대를 했고, 극장 개봉했을 땐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야 봤다. 이 영화, 개봉 이후 매우 조용했고 흥행에 실패했는데 영화를 보니 알겠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는 매우 좋다. 흔히 남성들이 자신의 힘(남성성, 권력 등)을 자랑할 때 1대 11, 1대 17로 싸워서 이겼다고 허풍을 떤다. 그가 1에 속하는지 11나 17에 속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려나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경찰 차승원은 조폭을 잡기 위해 정말로 1대 11, 1대 17로 싸워 이긴다. 경찰이니 총이 있기 수갑이 있고 다른 많은 것이 있지만 그런 것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차승원과 대적한 적 있는 한 조폭은 차승원이 총은 사용하지 않음을 확신한다. 몸으로 싸우는 형사. 칼을 비롯한 무기를 든 조폭과 싸우지만 가벼운 부상만 입어서, 오히려 곤란한 형사. 그것은 차승원이 경찰 혹은 형사로 일하며 그 직업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을 철저하게 실천한다는 뜻이다. 그 남성성은 차승원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조폭마저 사랑하고 경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승원의 표정, 피부, 눈빛은 남성성에서 빗나간다. 피부는 곱디 곱고 표정은 미묘하게 떨리고 섬세하다. 눈빛은 약간 몽롱하다. 적어도 얼굴의 피부는 근육이 지방으로 바뀐 모습이다. 맞다. 차승원은 회사 동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저 절친 한두 명만 알고 있는데, 호르몬을 투여하고 있다. 그래서 얼굴 선, 표정 등은 바뀌고 있지만 남성성을 실천한다.
호르몬 투여를 통해 몸은 흔히 여성적 형태라고 말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데 삶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조폭집단과 싸운다는 점에서 거친 남성성의 극치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갈등을 어떻게 매울까. 혹은 어째서 차승원은 호르몬을 투여하면서도 맨몸으로 조폭 다수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길렀을까? 극중 다른 경찰이 말했듯, 차승원처럼 맨몸으로 조폭 다수를 때려 잡을 수 있는 경찰은 없다. 오직 차승원만 그러하다. 이유는 간단한데 있다. 살기 위해서다.
차승원은 다른 선배 트랜스여성과 만나 상담(수술 등 이런저런 과정)을 받는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수술을 받고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가 나온다. 내 안에 있는 그년을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죽이려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남성성을 밀어 붙인다. 그것이 차승원과 선배 트랜스여성이 해병대에 입대한 이유고, 차승원이 그렇게 강한 이유다. 그리고 차승원이 이렇게 강한 것, 싸움 잘하고 남성성을 실천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젠더 실천이다. 적어도 영화에서 차승원은 트랜스여성이어서 조폭을 잡는 등 강한 힘을 실천한다. 그러니까 싸움, 강한 힘, 근육은 트랜스여성의 젠더 실천이다.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영화, 초반에서 중반 정도까지 진행될 땐 무척 흥미롭고, 트랜스여성이자 강력계 형사 차승원의 캐릭터를 쌓아가고 풀어나간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가며 영화는 장진 특유의 (이제는 재미도 없는) 개그와 조폭 영화의 문법을 따라간다. 그리고 영화는 남장하며 살아가는 트랜스여성 강력계 형사의 영화가 아니라 그냥 뻔한 조폭 영화로 바뀐다. 그 찰나, 영화는 겁나 재미없다. 진짜 재미없다. 초반과 중반과 후반이 따로 놀고 더 이상 캐릭터는 없다. 내가 차승원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을 쓰지 않고 차승원이라고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초반에 나온 캐릭터는 중간에 뜨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만약 성공적이었다면 매우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흥행에 실패하건 말건 정말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mtf/트랜스여성이라면 흔히 상상하고 비난하는 재현 방식인 여성성 과잉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 과잉 실천을 재현하는 드문 영화기 때문이다. 이 멋진 찰나가 증발했으니 아쉬울 뿐. 차승원의 연기도 괜찮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정말이지 차승원이 영화를 살렸고 장진이 영화를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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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시선을 다 느껴서 무감해지면 그때 여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라는 부분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