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보리, 두 고양이

바람과 보리 고양이가 함께 있는 장면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둘은 늘 자주 같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하면 바람이 후다닥 도망가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 찰나를 잡은 모습이다. 바람이 후다닥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기 직전의 모습이랄까.
뭐, 대충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흐흐흐.

장진, 차승원의 하이힐,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

*수정하지 않아서 비문이나 오탈자가 넘칠 수 있습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 <하이힐>을 봤다. 차승원이 mtf/트랜스여성 형사역을 한다고 해서 개봉 전부터 나름 유명했다. 나 역시 기대를 했고, 극장 개봉했을 땐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야 봤다. 이 영화, 개봉 이후 매우 조용했고 흥행에 실패했는데 영화를 보니 알겠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는 매우 좋다. 흔히 남성들이 자신의 힘(남성성, 권력 등)을 자랑할 때 1대 11, 1대 17로 싸워서 이겼다고 허풍을 떤다. 그가 1에 속하는지 11나 17에 속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려나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경찰 차승원은 조폭을 잡기 위해 정말로 1대 11, 1대 17로 싸워 이긴다. 경찰이니 총이 있기 수갑이 있고 다른 많은 것이 있지만 그런 것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차승원과 대적한 적 있는 한 조폭은 차승원이 총은 사용하지 않음을 확신한다. 몸으로 싸우는 형사. 칼을 비롯한 무기를 든 조폭과 싸우지만 가벼운 부상만 입어서, 오히려 곤란한 형사. 그것은 차승원이 경찰 혹은 형사로 일하며 그 직업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을 철저하게 실천한다는 뜻이다. 그 남성성은 차승원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조폭마저 사랑하고 경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승원의 표정, 피부, 눈빛은 남성성에서 빗나간다. 피부는 곱디 곱고 표정은 미묘하게 떨리고 섬세하다. 눈빛은 약간 몽롱하다. 적어도 얼굴의 피부는 근육이 지방으로 바뀐 모습이다. 맞다. 차승원은 회사 동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저 절친 한두 명만 알고 있는데, 호르몬을 투여하고 있다. 그래서 얼굴 선, 표정 등은 바뀌고 있지만 남성성을 실천한다.
호르몬 투여를 통해 몸은 흔히 여성적 형태라고 말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데 삶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조폭집단과 싸운다는 점에서 거친 남성성의 극치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갈등을 어떻게 매울까. 혹은 어째서 차승원은 호르몬을 투여하면서도 맨몸으로 조폭 다수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길렀을까? 극중 다른 경찰이 말했듯, 차승원처럼 맨몸으로 조폭 다수를 때려 잡을 수 있는 경찰은 없다. 오직 차승원만 그러하다. 이유는 간단한데 있다. 살기 위해서다.
차승원은 다른 선배 트랜스여성과 만나 상담(수술 등 이런저런 과정)을 받는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수술을 받고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가 나온다. 내 안에 있는 그년을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죽이려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남성성을 밀어 붙인다. 그것이 차승원과 선배 트랜스여성이 해병대에 입대한 이유고, 차승원이 그렇게 강한 이유다. 그리고 차승원이 이렇게 강한 것, 싸움 잘하고 남성성을 실천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젠더 실천이다. 적어도 영화에서 차승원은 트랜스여성이어서 조폭을 잡는 등 강한 힘을 실천한다. 그러니까 싸움, 강한 힘, 근육은 트랜스여성의 젠더 실천이다.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영화, 초반에서 중반 정도까지 진행될 땐 무척 흥미롭고, 트랜스여성이자 강력계 형사 차승원의 캐릭터를 쌓아가고 풀어나간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가며 영화는 장진 특유의 (이제는 재미도 없는) 개그와 조폭 영화의 문법을 따라간다. 그리고 영화는 남장하며 살아가는 트랜스여성 강력계 형사의 영화가 아니라 그냥 뻔한 조폭 영화로 바뀐다. 그 찰나, 영화는 겁나 재미없다. 진짜 재미없다. 초반과 중반과 후반이 따로 놀고 더 이상 캐릭터는 없다. 내가 차승원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을 쓰지 않고 차승원이라고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초반에 나온 캐릭터는 중간에 뜨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만약 성공적이었다면 매우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흥행에 실패하건 말건 정말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mtf/트랜스여성이라면 흔히 상상하고 비난하는 재현 방식인 여성성 과잉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 과잉 실천을 재현하는 드문 영화기 때문이다. 이 멋진 찰나가 증발했으니 아쉬울 뿐. 차승원의 연기도 괜찮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정말이지 차승원이 영화를 살렸고 장진이 영화를 망쳤다.
+
주변의 시선을 다 느껴서 무감해지면 그때 여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라는 부분도 참 좋다.

구글드라이브, 아래아한글 미리보기 및 편집 지원

많은 사람이 구글드라이브를 사용하고자 할 때, 혹은 리눅스를 사용하고자 할 때 가장 큰 장벽으로 아래아한글을 꼽는다. 다른 나라에선 사용하지 않는데 한국에선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문서형식이자 프로그램이라서 아래아한글 혹은 확장자명 .hwp를 열 수 없다면 사실상 그 기기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때도 있다.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리눅스나 구글드라이브를 주력으로 사용할 경우, 아래아한글을 읽기 위해선 다음메일이나 네이버메일로 파일을 보낸 다음 그곳에서 미리보기를 하는 방법 정도가 최선이었다. (씽크프리 온라인 사이트도 가능은 한데 파일 읽기를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근데 무려 아래아한글을 만드는 한컴에서 제작한 사이트… 덜덜덜) 구글드라이브에서는 구글드라이브에서 직접 작성한 문서, MS오피스의 여러 문서, PDF, 이미지, 영상파일(일부)만 열 수 있었다.
그런데 적어도 8월 22일부터 구글드라이브에서 아래아한글을 읽을 수 있다. 국내 구글앱스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요청했고 이것이 수용된 듯하다.
아래 이미지는 나의 구글드라이브에 있는 아래아한글 파일이다.
이 중 확장자명 앞에 사각형 문서 모양의 아이콘이 있고 W 모양의 아이콘이 있다. W로 나온다면 구글드라이브에서 미리보기를 할 수 있고, 구글드라이브의 문서로 변환해서 열람 및 편집할 수 있다. 문서 모양으로 나온다면 안 된다. 이유는 아래아한글의 버전에 따른 문제인 듯. 즉 일부 버전은 지원하고 일부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른바 호환성의 문제인데, 이것은 아마 아래아한글 자체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엔 어떤지 몰라도, 몇 년 전만 해도, 아래아한글에서 작성한 문서도 어느 버전으로 작성했느냐에 따라 문서를 열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2010 버전의 아래아한글로 작성한 문서를 2007 버전의 아래아한글에선 열 수 없는 식이다. 구글드라이브에서 열리지 않는 아래아한글 문제는 바로 이런 호환성 문제에 따른 것인 듯한데 오래 지나지 않아 수정하겠지?
일부 아래아한글 파일은 확인할 수 없기에 현재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그래도 많은 불편함이 해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