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이면 종종 혹은 인사처럼 지난 번보다 살이 더 빠졌다는 얘기를 한다. 살이 빠졌나? 사실 잘 모르겠다. 여름이라서 빠졌을 수도 있긴 하지만 특별히 살이 더 빠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로선 전혀 안 빠진 것 같아서 오히려 고민인데.
며칠 전 살림의원에 갈 일이 있었다. 비염약을 새로 탈 필요도 있고, 그동안 몸 안 좋았던 거 좀 상담할 필요도 있었다. 그동안 병원을 여럿 다녔지만 제대로 얘기를 나누진 못 했다. 질문하기 부담스러운 포스거나 의사가 바빴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좀 어때요? 네, 그럼 주사 맞고 약 받고 가세요. 1분도 안 걸리는 진료 시간. 그리고 질문을 하기엔 다음 손님을 받기 급급한 태도. 암튼 그래서 살림의원에 갔고 비염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근육통과 위염을 문의했는데 (근육통은 살림의원 진료항목은 아니지만), 얘기를 듣더니 근육통으로 처방한 소염제로 위염이 발생하고 급성으로 피를 토했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매우 많다고 했다. 헐… 하지만 정형외과에선 단 한 번도 위를 토할 가능성을 말해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근육통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음에도 그냥 급하기만 한 병원에 가기 싫어서 안 갔는데 중단하길 잘했다 싶다. 내과의사야 근육통에 따른 소염제 가능성을 가정하기 힘들고, 내가 근육통은 말하지 않고 두통약만 말했으니 두통약을 바꾸라는 처방만 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고 보면 내과의사는 소염제가 위에 안 좋다고 타이레놀로 바꾸라고 했다. 타이레놀은 간에 안 좋다(고 하)는 게 함정이지만.
아무려나 살림의원에 간 김에 BMI를 측정했다. 체질량이던가.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BMI를 측정했는데. 의외로 몸무게 변화가 없다고 느꼈다. 물론 몸무게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10년 즈음 전 몸무게에 비해서지만. 그 사이 몸무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근래 들어 살이 빠졌다고 말해주는 반응을 접하기 전의 몸무게가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내 상상에 존재하는 몸무게에 비해 이번에 측정한 몸무게는 별로 안 달랐다. 그 동안 살이 쪘다가 다시 빠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뭔가 뭔지 모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뭐든…
지금 몸무게보다 딱 3kg만 빠지면 좋겠다. 그럼 딱 좋을 텐데. 많이도 말고 딱 3kg. 하지만 운동을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니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 뿐이겠지? 근데 요즘은 여름이라 일부러 많이 먹기도 하고 기운이 빠져서 열심히 먹고 있기도 해서 결국 안 되겠지?
얼른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