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도 언니네를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에 언니네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 그런데 난 정말이지 얼마만에 언니네 사이트에 접속하는 걸까. 두 가지 고민이 동시에 들었다. ‘언니네를 닫는다니.. 아…’라는 마음과 ‘언니네 채널넷’ 등에 실린 무수히 많을 언니네에선 글은 어떻게 장기 보관할까? 그러니까 언니네를 닫는다면 채널넷 등의 글도 더이상 접근할 수 없는 것이려나… 복잡한 마음으로 언니네 채널넷 특집호에 쓴 나의 예전 글을 캡쳐하고 여기저기를 대충 둘러봤다. 조용하다. 대충 둘러봐서 그런지 참 조용하구나. 정확하게 10년 전엔 참 열심히 사용했는데.
오랜 만에 로그인을 하고 ‘자기만의방’에 갔는데 문득 고민했다. 이 모든 글을 다 백업해야 할까? 10년 전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접하곤 마구 까불던 시기의 글, 어쭙잖게 알면서 아니 페미니즘 책 한두 권 읽곤 엄청 아는 것처럼 착각했던 시절의 글을 어떡해야 할까? 물론 더 많은 글이 가벼운 잡담이다. 오늘 기분이 꾸리하다와 같은 가벼운 잡담이라 백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또 그때 내가 살아낸 모습인데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자주 갔던 이웃의 자기만의방에 갔지만 대충 비슷하다. 나와 비슷하게 2003년 혹은 2004년 즈음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글을 쓰지 않은 곳이 상당수고 가장 최근은 2010년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즐겨간 곳의 특징일 뿐, 어떤 사람은 바로 얼마 전까지도 자기만의방에 글을 썼으리라 믿는다. 그랬기에 아직까지 유지했던 것 아닐까? 그럼에도 조용하다. 나 역시 이 조용함에 많이 일조했고. 다들 언니네가 아닌 블로그로, 다시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옮겨갔겠지. 나는 이글루스로 갔다가 지금 이곳을 열었다.
한때 열심히 사용했던 사용자로서 어떤 역사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또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아.. 사라지는구나…’라는 마음이다. 어째서일까? 사이트가 언제까지라도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은 운영진에겐 과도한 부담일테니 이런 바람을 갖기도 힘들다. 그저 아쉬워할 뿐.
그나저나 사용하지 않은 페너지가 189215다. 앞으로도 사용할 일은 없겠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자기만의방 메인화면이라도 캡쳐를 해야겠다. 그 모습이라도 기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