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너와 입맞추지 않을 것이다.

새벽이면 종종, 너는 내 몸에 올라와서 얼굴을 핥을 때가 있다. 그것도 코와 입술을 핥으며 나를 깨우곤 한다. 좋기도 하고 또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냥 둘 때도 있고 그렇다. 그 나름이 애정행각인데 막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저녁에 집에 있을 때면, 특히 오후부터 집에 있을 때면 너는 8시에서 9시 사이 즈음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내 얼굴을 핥는다. 코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앵앵거리곤 한다. 어떤 땐 귀엽지만 또 어떤 땐 번거롭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서 적당히 막을 때도 있고 그냥 둘 때도 있다. 막을 때도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도 막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너와 입맞추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저녁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너는 어김없이 청소를 방해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선 괜히 빙글 돌기도 하고 살피기도 했다. 네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냥 뒀다. 하지만 화장실 구석에 얼굴을 박고 있는 너를 보며, 그런데 그 상태로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화장실 벽에 묻은 모래를 핥고 있는 너를 본 순간, 나는 화를 냈다. 어떻게… 어떻게…

다시는 너와 입맞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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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이 부족한 듯한데 좋은 영양제 아시면 추천 좀… 굽신굽신…
보리 이 녀석, 귀여운 얼굴이… 푸에엣…

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 역사, 번역, 역주쓰기

“정체성이 변하길 중단한다면, 그건 존재하길 중단하는 겁니다.”
이것은 샌디 스톤이 수잔 스트라이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며, 스트라이커의 책 <트랜스젠더 역사>(가제)에 실린 구절이다. 스트라이커의 책을 번역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 구절을 읽다가 어쩐지 감동을 받았다. 어떤 주석도 덧붙이고 싶지 않은 깔끔한 표현이다. 나는 매일 변하고 그래서 내 범주, 내 정체성도 매일 변한다. 이것을 중단시키겠다는 욕망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 살아 있기를 중간하겠다는 욕망이다.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번 달에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수 있을 듯하다. 많이 늦었네. 부끄럽다. 그래도 스트라이커의 한국어판 서문도 받았다. 아울러 이런저런 역자의 각주도 스무 개 가량 작성했다. 처음엔 역주가 없는 번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히 언어 번역이 아니다. 한국에서 떠드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한데 미국의 트랜스젠더 이슈와 맥락을 아는 사람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내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을 읽으면 맥락을 몰라서 버벅거릴 때가 많다. 나 역시 미국의 트랜스젠더 이론 지형을 모르지만, 그래도 몇 개 읽은 가닥으로, 그 어쭙잖은 가닥에 빌붙어, 어쨌거니 이런 내가 번역에 함께 하니 미국의 이론적 맥락을 추가하는 작업을 했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법한 내용은 스트라이커가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간 경우도 적잖아서 번역자가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글을 읽기 어려운 부분도 몇몇 있고.
내 글에선 각주를 작성하지 않는데도 번역에선 역주를 작성했으니, 역주 자체를 읽을거리로 만들려고 애썼다. 단순히 한두 줄의 간단한 설명이 아니라 전후 맥락을 살피는 식으로 쓰려고 애썼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오류도 여럿 있을 것이고 역주의 오류는 명백하게 나의 잘못이다. 아울러 당연히 충분하지 않다. 어떤 것은 역주를 작성하려 했지만 내용이 좀 길어질 듯해서 뺀 것도 몇 개 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나름 역주에 애를 썼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번역하고 있으니, 읽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 (스트라이커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알까… *발그레*)
암튼 출판사에 넘기면 후속 작업이 또 많겠지. 죄송해요, 편집자님. 그런데 편집자가 누군지 모른다…;;; 암튼 어떻게 잘 되겠지.

지압발매트, 보리 고양이

지압발매트를 샀다. 나이가 드니 온 몸이 찌뿌둥해서 지압발매트부터 준비했다. …는 헛소리고. 부엌 싱크대 앞에 지압발매트를 깔았다. 우후후. 만족스러워. 시험 삼아 몇 개 구매했는데 몇 개 더 구매해서 완벽하게 만들어야지. 드디어 보리가 싱크대에 못 올라간다. 후후후.
저녁이면 가끔 다음날 아침에 설거지하려고 몇 가지 그릇을 물에 담궈두는데 그럴 때면 보리는 종종 싱크대로 폴짝 뛰어올라 물을 할짝할짝할 때가 있다. 인간 음식은 공유하지 않는다는 절대 원칙에 따라 한 번 크게 혼을 냈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고 종종 올라간다. (더 두려운 것은 칼을 그냥 뒀는데 칼날을 핥는ㄷ면?)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한땐 싱크대에 두꺼운 종이를 깔았다. 뛰어오르기에 애매한 동시에 뛰어올라도 미끄러지도록.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지만 결국 실패. 일단 내가 불편해서 별로였다. 그래서 한동안 그냥 방치하고, 보리가 싱크대에 올라간 현장을 발각할 때만 혼을 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기를, 고양이가 지압발판을 싫어해서 고양이가 출입하면 안 되는 곳엔 지압발매트를 깔아둔다는 방송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오호라.
생각난 당일 바로 구매했고 설치했다. 그리고 보리는 지압매트를 피해다니고, 싱크대에 뛰어오를 위치를 못 잡아서 못 오르고 있다. 우후후. 만족스러워. 그리고 나는 실내화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청소할 때만 좀 거추장스러울 뿐. 몇 개 더 구매해서 싱크대 앞을 지압매트로 깔아버릴 계획이다. 우후후. 진작 이것을 떠올렸어야 했는데!
그나저나 바람과 보리는 요즘 책장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자고 뒹굴거리는 걸 즐긴다. 지상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달까. 으흐흐. 이 모습이 꽤나 귀여우니 사진은 다음에 몰아서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