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압발매트, 보리 고양이

지압발매트를 샀다. 나이가 드니 온 몸이 찌뿌둥해서 지압발매트부터 준비했다. …는 헛소리고. 부엌 싱크대 앞에 지압발매트를 깔았다. 우후후. 만족스러워. 시험 삼아 몇 개 구매했는데 몇 개 더 구매해서 완벽하게 만들어야지. 드디어 보리가 싱크대에 못 올라간다. 후후후.
저녁이면 가끔 다음날 아침에 설거지하려고 몇 가지 그릇을 물에 담궈두는데 그럴 때면 보리는 종종 싱크대로 폴짝 뛰어올라 물을 할짝할짝할 때가 있다. 인간 음식은 공유하지 않는다는 절대 원칙에 따라 한 번 크게 혼을 냈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고 종종 올라간다. (더 두려운 것은 칼을 그냥 뒀는데 칼날을 핥는ㄷ면?)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한땐 싱크대에 두꺼운 종이를 깔았다. 뛰어오르기에 애매한 동시에 뛰어올라도 미끄러지도록.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지만 결국 실패. 일단 내가 불편해서 별로였다. 그래서 한동안 그냥 방치하고, 보리가 싱크대에 올라간 현장을 발각할 때만 혼을 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기를, 고양이가 지압발판을 싫어해서 고양이가 출입하면 안 되는 곳엔 지압발매트를 깔아둔다는 방송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오호라.
생각난 당일 바로 구매했고 설치했다. 그리고 보리는 지압매트를 피해다니고, 싱크대에 뛰어오를 위치를 못 잡아서 못 오르고 있다. 우후후. 만족스러워. 그리고 나는 실내화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청소할 때만 좀 거추장스러울 뿐. 몇 개 더 구매해서 싱크대 앞을 지압매트로 깔아버릴 계획이다. 우후후. 진작 이것을 떠올렸어야 했는데!
그나저나 바람과 보리는 요즘 책장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자고 뒹굴거리는 걸 즐긴다. 지상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달까. 으흐흐. 이 모습이 꽤나 귀여우니 사진은 다음에 몰아서 투척!

잡담 이것저것

이제 일주일만 견디면 알바를 한 달 쉰다. 무급휴가. 그래도 다행이다. 요즘 들어 어쩐지 많이 피곤해서 좀 버거웠는데 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물론 무급이니 마냥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일년 내내 일을 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한두 달 쉬면 참 좋다. 최근 몇 년은 중간에 쉬는 시기 덕분에 삶을 견디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본격 방학을 하면 오랜 만에 트랜스젠더 역사 관련 글을 준비해야 한다. 어디 발표하기로 했는데 무척 흥미로운 기회가 될 듯하다. 그동안 고민한 내용을 풀어낼 기회가 생겨서 기쁘기도 하고. 잘 쓸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쓰는 나는 즐겁지 않을까? 나만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후후. 내가 즐거우려고 쓰는 거니까.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요즘 따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냥 좀 쉬고 있고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기도 해서. 번역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다. 번역은 글을 쓰는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고 품이 든다. 훠얼씬 더 어렵다. 영어도 못 하고 한국어도 못 하고 번역도 못 하니 번역을 업으로 삼긴 힘들지만 그래도 번역하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있다. 누군가 번역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좀 기다리다가 없으면 할 수도? 그나저나 영어 공부 좀 해야 하는데…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반상근, 노트북, 트랜스젠더 아카이브

8월부터 퀴어락에서 주 1회 근무하기로 했다. 농담처럼 박사학위를 끝내면 퀴어락에 취직하겠다고 말하곤 했고, 퀴어락의 업무는 내게 일종의 로망이다. 물론 로망은 노망이고 현실은 다르지. 그럼에도 내가 가장 애정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8월부터 주 1회 근무다.
그리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 퀴어락에 두고 쓸 개인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다. 퀴어락 전용 데스크톱이 있는데 나 말고도 주 1회 근무를 하는 사람이 더 있기도 하고 나로선 나만 쓰고 또 보안 문제에 있어 내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게 편하니까. (공용컴퓨터에서 사용할 메일 계정이 따로 있는 1인)
처음엔 크롬북으로 확정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티몬을 둘러보다가 두 개의 노트북에 흔들렸다. 28만 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과 32만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 둘 다 OS는 구매자가 직접 깔아야 하는데 이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업그레이할 때의 추가 비용 등을 고민한 다음 32만 원 가량의 노트북을 찜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후후. 구매는 당장하지 않을 것이라 흐뭇한 마음만 품었는데, 집에서 크롬북이 아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확실하게 깨달았다. 크롬북 환경에 완전 적응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크롬북의 인터페이스로 작업하려는 내 모습을 깨달으며, 아, 역시 크롬북으로 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크롬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을 살폈던 건 아마존에서 바로 배송이 안 되기 때문에 배송대행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게 은근 신경 쓰이고 번거로워서였는데, 어차피 퀴어락에 추가의 데스크톱이 있다면, 웹작업이 대부분이라면 크롬북이어도 충분하겠다.
근데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내 통장의 잔고로는 당장 노트북을 살 수 없다는 것. 후후후. 그냥 노트북 새로 하나 사야지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후후후.
아무려나 이렇게 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조금 더 개입하면서, 나는 1~2년 정도 더 작업을 한 다음 내 연구소, 혹은 나의 집을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로 명명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퀴어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 만큼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도 필요하다. 최근 기말페이퍼로 퀴어아카이브 관련 글을 썼는데,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겠다고 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1~2년 정도면 아카이브 꼴은 갖추겠다 싶다. 어디 내세울 수준은 아니겠지만. 물론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말할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퀴어라는 포괄어와 트랜스젠더라는 포괄어는 매우 많이 겹치고 또 엇나가는데, 나는 언제나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함께 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트랜스젠더를 더 강하게 끌고 가길 원한다. 즉, 나는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퀴어를 재편하길 원한다. 두 포괄어의 겹치지 않는 어떤 영역이 있다면 바로 그 영역으로 퀴어와 트랜스젠더를 재해석하길 원한다. 물론 지금은 소박한 꿈에 불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