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이것저것

이제 일주일만 견디면 알바를 한 달 쉰다. 무급휴가. 그래도 다행이다. 요즘 들어 어쩐지 많이 피곤해서 좀 버거웠는데 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물론 무급이니 마냥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일년 내내 일을 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한두 달 쉬면 참 좋다. 최근 몇 년은 중간에 쉬는 시기 덕분에 삶을 견디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본격 방학을 하면 오랜 만에 트랜스젠더 역사 관련 글을 준비해야 한다. 어디 발표하기로 했는데 무척 흥미로운 기회가 될 듯하다. 그동안 고민한 내용을 풀어낼 기회가 생겨서 기쁘기도 하고. 잘 쓸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쓰는 나는 즐겁지 않을까? 나만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후후. 내가 즐거우려고 쓰는 거니까.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요즘 따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냥 좀 쉬고 있고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기도 해서. 번역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다. 번역은 글을 쓰는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고 품이 든다. 훠얼씬 더 어렵다. 영어도 못 하고 한국어도 못 하고 번역도 못 하니 번역을 업으로 삼긴 힘들지만 그래도 번역하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있다. 누군가 번역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좀 기다리다가 없으면 할 수도? 그나저나 영어 공부 좀 해야 하는데…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반상근, 노트북, 트랜스젠더 아카이브

8월부터 퀴어락에서 주 1회 근무하기로 했다. 농담처럼 박사학위를 끝내면 퀴어락에 취직하겠다고 말하곤 했고, 퀴어락의 업무는 내게 일종의 로망이다. 물론 로망은 노망이고 현실은 다르지. 그럼에도 내가 가장 애정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8월부터 주 1회 근무다.
그리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 퀴어락에 두고 쓸 개인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다. 퀴어락 전용 데스크톱이 있는데 나 말고도 주 1회 근무를 하는 사람이 더 있기도 하고 나로선 나만 쓰고 또 보안 문제에 있어 내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게 편하니까. (공용컴퓨터에서 사용할 메일 계정이 따로 있는 1인)
처음엔 크롬북으로 확정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티몬을 둘러보다가 두 개의 노트북에 흔들렸다. 28만 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과 32만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 둘 다 OS는 구매자가 직접 깔아야 하는데 이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업그레이할 때의 추가 비용 등을 고민한 다음 32만 원 가량의 노트북을 찜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후후. 구매는 당장하지 않을 것이라 흐뭇한 마음만 품었는데, 집에서 크롬북이 아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확실하게 깨달았다. 크롬북 환경에 완전 적응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크롬북의 인터페이스로 작업하려는 내 모습을 깨달으며, 아, 역시 크롬북으로 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크롬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을 살폈던 건 아마존에서 바로 배송이 안 되기 때문에 배송대행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게 은근 신경 쓰이고 번거로워서였는데, 어차피 퀴어락에 추가의 데스크톱이 있다면, 웹작업이 대부분이라면 크롬북이어도 충분하겠다.
근데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내 통장의 잔고로는 당장 노트북을 살 수 없다는 것. 후후후. 그냥 노트북 새로 하나 사야지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후후후.
아무려나 이렇게 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조금 더 개입하면서, 나는 1~2년 정도 더 작업을 한 다음 내 연구소, 혹은 나의 집을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로 명명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퀴어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 만큼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도 필요하다. 최근 기말페이퍼로 퀴어아카이브 관련 글을 썼는데,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겠다고 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1~2년 정도면 아카이브 꼴은 갖추겠다 싶다. 어디 내세울 수준은 아니겠지만. 물론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말할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퀴어라는 포괄어와 트랜스젠더라는 포괄어는 매우 많이 겹치고 또 엇나가는데, 나는 언제나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함께 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트랜스젠더를 더 강하게 끌고 가길 원한다. 즉, 나는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퀴어를 재편하길 원한다. 두 포괄어의 겹치지 않는 어떤 영역이 있다면 바로 그 영역으로 퀴어와 트랜스젠더를 재해석하길 원한다. 물론 지금은 소박한 꿈에 불과하지만.

캐리어: 책을 반납했는데…

반납할 책이 있어 캐리어를 챙겼다. 스무 권 정도를 반납해야 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면 그냥 들고 다녔다. 아침에 알바 출근하는 길에 챙겨서 나간 다음 이런저런 일정으로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니다가 반납하는 식이었다. 혹은 복사집에서 책을 찾을 때면 그 정도 책을 들고 다니다가 집에 오는 식이었다. 얼추 3주 정도 전까지만 해도 한 손에 혹은 두 손에 나눠서 들고 다녔다. 어지간한 것은 다 들고 다녔다. 무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랬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캐리어에 담았다. 그리고 끌고 다니다가 반납했다. 그런데 캐리어도 허리에 부담이 간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들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부담이 매우 적다. 들고 다니는 날엔, 때때로 외출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지쳤고 정말 끙끙거리면서 다닐 때도 있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는 짐에다가 책 열댓 권을 추가하면 별 수 있나… 그러니 캐리어는 확실히 편했다. 부담도 적었고 지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허리에 통증은 전날보다 심해졌다.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병원에 안 가고 있는데(의사 기다리는 시간 10-20분, 의사와 상담시간 30초에서 1분, 주사, 물리치료 30-40분인데, 늦으면 병원에 갔음에도 물리치료도 못 받을 때가 있다. 이게 싫어서 …) 병원에 들릴까라는 고민을 잠시 했다.
아무려나 책을 스무 권 정도 반납했는데, 어제 반납할 책을 챙겨 집을 나설 때 확인했던 대출권수와 지금 대출권수가 같다. 에… 그런 거다. 캐리어 끌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조금 민망해서 몰래 살짝 다니려고 했는데, 때마침 ㅅㅇ와 마주쳐서 조금 민망하기도… 하하 ;;; 당장 다 읽을 책은 아니고 새로 빌리려고 적어둔 책 몇 권과 이런저런 책을 살피다가 흥미로운 주제여서 빌린 책이라 내용만 대충 확인할 듯. 하하. 물론 전부 트랜스젠더퀴어 관련 책이다.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 사전을 많이 안 찾아도 영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암튼 좀 더 가볍고 크기도 조금 더 작은 캐리어를 하나 구매해야 할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용해야 하는데 조금 더 가벼우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