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뮤지컬 <프리실라>를 봤다. 오오, 다 보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인다. 돈이 아까워서? 시간이 아까워서? 아니. 공연 내내 흥분된 상태, 즐거운 상태로 있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의 감정으로 전환하려니 그게 쉽지 않아서. <프리실라>를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별로였다. 나른하고 두통도 좀 있고 어지럽고. <프리실라>를 보는 동안엔 이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즐거웠다.
줄거리는 검색하면 나오니까 생략하고, 작품을 내 방식으로 요약하면 ‘여행은 관계를 퀴어하게 바꾸는 시간’이면 되려나. 드랙퀸이라 아들을 만나지 못 하는 인물이 다른 드랙퀸 친구들과 아들이 사는 곳으로 공연을 하러 가는 과정을 다루는데 그 시간은 관계를 퀴어하게 바꾸는 시간이다. 특히 작품 말미, ‘부자 관계’의 ‘회복’ 혹은 ‘구성’은 이성애규범적 ‘부자관계’가 아니라 매우 퀴어하고 기이한 형태다.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는 짱 멋진 드랙퀸이고 할머니는 음경 제거 수술을 한 드랙퀸/트랜스젠더고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고모도 드랙퀸이고. 가족 구조에서 이것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으로 독해될 수도 있지만 나는 가족 관계를 퀴어하게 비트는 것으로 읽었다.
아니아니, 이것저것 다 떠나서 재밌고 유쾌하다. 퀴어하게 재밌고 퀴어하게 유쾌하다. 이런 작품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볼거리가 워낙 화려하고 멋져서 그것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한 번 더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