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너를 떠나보낸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아. 아득한 옛날, 그 무더운 여름 너와 인사를 했다고 기억해. 그 날은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진행하던 날이었고 뜨거운 여름이라고 기억하지. 하지만 이제 3년이야. 아직은 봄이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고. 뭔가 이상해. 그땐 무척 더웠고 그 날 땡볕에 있었던 나는 그 이후 한동안 긴팔을 입고 다녔어.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느낌의 시간, 전혀 다른 느낌의 계절.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이 지났어.
안녕, 나의 리카.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무색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궁금해. 그리고 나의 게으름을 부끄러워해.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오늘을 전혀 다르게 기억할 텐데. 3년이란 시간을 조금 다르게 기억할 텐데. 나는 게으르고 그래서 오늘도 그냥 이렇게 글만 써. 바람을 보면서 너의 흔적을 떠올리고, 바람의 얼굴에서 너와 함께한 시간, 네가 짓던 표정을 떠올려.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있고,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어. 너는 바람의 표정에 살아 있고 내 기억에 살아 있고 또 내 삶 곳곳에 있지.
안녕, 나의 리카.
내년엔 오늘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길 바라. 누군가는 너의 이야기를 써서 글로 나오면 좋겠어. 너를 기억하는 글, 너와 내가 겪은 일이 좀 더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일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