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몸을 연결한다

허리 근육통 이후로 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통증이란 측면에서 깨닫고 있다. 이를 테면 웃기 위해선 허리의 힘이 필요하다. 단순한 미소가 아니라 깔깔 웃기 위해선 허리의 힘이 필요하다. 입과 호흡은 허리와 연결되어 있다. 당연히 기침을 하기 위해서도 허리 힘이 필요하고 코를 풀 때도 허리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얼굴은 허리와 연결되어 있다. 얼굴 뿐이랴. 걸을 때마다 허리가 저릿저릿했으니 다리 역시 허리와 연결 되어있다.
어젠 청소를 하느라 쓰레기 봉투를 들었는데 무게가 있어서 인지 주말 내내 쉬면서 조금 괜찮아진 듯한 허리가 다시 아팠다. 엄청. 무거운 쓰레기 봉투를 들기 전엔 청소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난 다음엔 청소를 간신히 했다. 그것도 약식으로.
모든 것은 허리 혹은 척추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할 의지는 없다. 발가락이 다쳤다면 몸은 발가락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어깨가 아팠다면 몸은 어깨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까 통증은 몸이 특정 부위와 연결되어 있음을 생생하게 깨닫게 한다. 평소엔 몸을 나눠서 생각하더라도 통증은 몸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번엔 위! 위염, 십이지장염

*식사 중인 분, 비위가 약한 분은 읽지 마셔요*
금요일. 평소 도시락을 싸가는데 허리 근육통으로 무게를 줄이는 차원에서, 당분간 가볍게 다니자는 계획으로 점심을 사먹기로 했다.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 걸어가 근처 가게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뭔가 느낌이 안 좋아서 고추장은 쓰지 않고 그냥 밥과 나물만 비벼서 쓱쓱 먹었다. 그것도 약간 남겼지만. 그리고 별 문제 없이 알바하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얼추 두 시 반 즈음일까. 갑자기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왜지… 다른 회사의 파스를 등에 두 개 붙였는데, 다른 회사의 파스를 같이 붙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나라며 서둘러 점심 때 붙인 파스를 다 떼냈다. 잠시 기다렸고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좀 버티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토했다. 손가락으로 억지로 토했고 다량을 토했다. 그나마 좀 괜찮았고 목이 아팠다. 메스꺼움으로 토하는 게 처음은 아닌데 이번엔 어쩐지 목이 아팠고 위산이 같이 넘어왔다. 위산이 넘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토하고 좀 멍한 상태로, 하지만 알바 중이라 알바를 했다. 하지만 퇴근을 앞두고 다시 넘어와서 약간 토했다. 근육통 치료로 병원에 가려면 버스가 편해서 버스를 선택했지만 좀 불안했다. 그렇잖아도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 괜찮을까? 하지만 별 수 없으니까. 대신 버스에선 최대한 눈을 붙였다.
버스에서 내릴 즈음부터 몸이 무척 안 좋았다. 간신히 내렸고 병원 건물에서 두 번에 걸쳐 다시 다량 토했다. 그리고 이번엔 붉은 색이었다. 보통 토하면 직전에 먹은 음식이 나오는데 붉은 색을 먹은 적 없는데 붉은 색의 점액질이 대량 나왔다. 오호, 이런 색깔로 토한 건 처음이야.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고민을 잠시 했지만 그럴 상태가 아니어서 참았다.) 한참을 토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어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정형외과에 갔다. 치료를 받고 나서, 조금 망설이다 바로 근처 내과로 이동했다. 피로 추정하는 걸 같이 토한 이후 E와 살림의원에 가는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토요일에 갈까 했다. 하지만 날을 미룰 성격이 아니겠다 싶어서 근처 내과에 바로 갔다.
진맥한 의사는 출혈이라면 위상부에서 출혈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래서 혈액 검사와 위내시경을 추천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를 내일 당장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미뤘고, 위내시경은 공복이어야 해서 토요일 아침에 받기로 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일반 위내시경을 예약하고 병원을 나왔고 다시 한 번 토했다. 그나마 이번엔 색이 덜 붉었다.
토요일. 어제보단 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서 위내시경을 받지 말까란 고민을 좀 했다. 수면내시경이 아니라 일반 위내시경이 그렇게 이상하다면서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위내시경을 안 받으면 또 언제 받을까 싶어서 결국 혼자 위내시경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와 1차로 면담을 했는데, 이 양반, 자기도 위내시경을 몇 번 했는데 일반 내시경은 엄청 괴로워서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본격 의사가 환자를 놀리는 상황. -_-;; 암튼 기다렸다가 마취액을 입에 머금은 다음 일반위내시경을 받았다. 우웨엑. 처음엔 버틸만 했는데 식염수를 추가하면서 우웨엑. 여러분, 일반 위내시경 괜찮아요. 한 번 경험할 만해요. 다들 한 번 해보셔요. 후후. 다음엔 수면내시경해야지.
결과는 간단했다. 위염과 십이지장염. 후후후. 위 상부엔 피를 흘렸을 법한 흔적의 상처가 많이 있고 위장 하부에도 긁힌 듯이 상처가 많으며 십이지장에도 상처가 있다고. 지금 상처가 난 부위도 있고 알아서 아물고 있는 부위도 있고 그랬다. 위의 모습을 볼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기에 신기했다. 오오. 암튼 한 달 정도 약을 먹기로 했다. 위궤양 아닌 게 어디야.
근데 술, 담배, 커피도 안 마시고(과거엔 좀 많이 마셨지, 후후) 식사도 규칙적인데 도대체 왜! 하지만 또 알고 나니 속편하네. 라면 먹고 싶었는데 한동안 라면을 못 먹어서 아쉽고, 밀가루 음식을 좀 줄여야 해서 아쉽다. 그 뿐이다. 그리고 E가 버섯죽을 해줘서 주말은 맛나게 죽을 냠냠. E느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나날이다.
그리고 약을 다량 섭취하는 날이다. 한 번에 8개는 먹는 듯? 꾸엑.. 이게 가장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