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불연속성을 인식한다면

삶이 어쨌거나 이어진 흐름이라면, 불연속과 연속의 퀼트라고 해도 어쨌거나 이어져 있다고 이해한다면 인사는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가 아니라 ‘그래서’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말로 ‘그래서’라고 인사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라고 인사한다는 것은 지난 밤의 안녕을 묻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관계를 조금 다르게 체화한다는 뜻은 아닐까? 즉, 흔히 시간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상당히 널리 퍼져있지만, 시간과 관계를 단절적으로 이해하거나 체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제 혹은 과거 언젠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이후 지금 다시 만나는 상대방을, 과거의 그때와 지금 이어진 존재로 이해하기보다는 시간의 단절, 혹은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 말은 어제의 상대와 오늘의 상대방이 동일한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은 태도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망상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만약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사람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면(이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지만) 어째서 과거 특정 시점의 ㄱ과 지금 다시 만나는 ㄱ을 일치시키려고 애쓰는 것일까? 그냥 모르는 사람을 만나듯,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 조심해서 대하는 것은 어려운 걸까? 혹은 어제의 ㄱ과 오늘의 ㄱ과 내일의 ㄱ이 다른 사람일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의식하며 관계를 엮는 건 힘든 일일까? 그냥 온갖 망상이 떠오르는 4월의 비오는 날이다.
고민의 발아점: http://goo.gl/kUddiZ

멍때리는 시간

뭐랄까, 어쩌면 올해는 그냥 휴학을 하고 좀 많이 쉬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고민을 한다. 등록금이 해마다 오르기에 휴학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종종 한다. 버티는 삶은 정말 숨이 막히고 즐거운 일도 즐겁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슬프다. 하반기엔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러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좀 숨을 돌리면서 한동안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결국 내년 상반기에 한숨 돌릴 수 있을까?
그냥 멍때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되어야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멍때리는 시간도 생산성과 연결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데 그런 것 말고, 그냥 정말 멍하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은 되어야 살만한 삶이지 않을까?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정말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좀 갑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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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화요일(2014.04.29.)에 “라벤더 위협과  바이섹슈얼 선택”으로 콜로키움이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 후후후.
그나저나 여이연 홈페이지는 리눅스+크롬웹브라우저에선 오류가 나면서 열리지가 않네요. 왤까요.

김치

2013년 12월 즈음이었나, 러빙헛에서 김치를 구매했다. 러빙헛 자체(라고 추정하는) 김치는 맛있는 편이 아닌데, 다른 곳에서 담은 김치를 판매대행한다고 해서 구매했다. 그 김치가 상당히 맛있었다. 채식김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음을 알았고, 러빙헛 신촌점의 김치가 별로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김치를 몇 번 더 사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물만 남았는데 그 국물도 맛나서 라면 끓일 때 같이 넣고 끓이면 맛이 일품이다. 츄릎…(김치 국물로 끓인 라면 먹고 싶다.)
몇 번을 더 사먹었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 상당히 아껴 먹었고, 얼마전 결국 다 먹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맛난 김치로 만드는 음식이었다. 김치전, 김치찌개 같은 것들. 김치의 양이 넉넉해야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김치가 맛있어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양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뭐, 이거야 그러려니 하는데 문제는 요즘 김치찌개가 상당히 끌린달까. 어쩐지 따끈하게 맛난 김치찌개를 먹으면 좋겠는데 그걸 파는 곳이 없다. 러빙헛 계의 김밥천국인 신촌점에도 김치찌개는 안 팔고, 러빙헛 계의 전문식당인 티엔당점에도 김치찌개는 없다. 신촌점에서 제공하는 김치로는 맛난 김치찌개를 만들기 힘들 테니 그럴 수 있고, 티엔당점은 밑반찬으로도 김치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라 어쩔 수 없긴 하다. 아무려나 몇 년 만에 다시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서 아쉬워하고 있다.
그나저나 어째서 나는 어떤 시기엔 김치찌개가 유난히 끌리는 걸까. 김치찌개와 관련해서 기억할 만한 사건도 없는데, 어느 순간 김치찌개가 유난히 끌릴 때가 있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하지만 검색으로는 비건 김치찌개를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비건 김치찌개를 파는 곳이 있다면 매일은 아니어도 상당히 자주 갈 텐데,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