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과 목감기, 환절기

오랜 시간, 봄이 오면 비염이 왔다. 콧물을 줄줄 흘렸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비염만 있었다. 2년 전인 2012년, 증상이 변했다. 그 당시 목감기처럼 목이 막혔고 마른 기침이 계속 났고 자다가 일어나서 기침을 하곤 했다. 목이 간질간질. 하지만 감기몸살처럼 엄청 아프진 않았다. 그냥 계속 마른 기침이 났다. 작년엔 그 증상이 좀 덜했다. 올해 다시 그 증상이 심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비염과 목감기 같은 마른 기침을 같이 겪고 있다. 새벽에 꼭 한두 번은 자다가 일어나서 기침을 한다. 그리고 지금 코에선 피 냄새가 난다.
비염이 너무 심해서 얼추 3년 전부터 죽염으로 코세척을 했다. 더디지만 조금씩 완화되긴 했다. 비염이 사라지진 않았다. 얼추 2년 가까이, 약을 먹지 않고 코세척으로만 버텼다. 어차피 비염이 터지면 약도 소용없으니까. 물론 비염이 터질 기미가 확실할 때 약을 미리 먹으면 진정되곤 했다. 하지만 약을 전혀 안 먹고 버티니 비염 터지는 날은 일단 드러눕는 방법 뿐이었다. 그리고 드러누울 수 없는 날이 더 많으니 콧물 줄줄 흘리면서 돌아다녀야 했고. 냐하. ;ㅅ; 작년 가을부터인가 겨울인가, 새로운 비염약을 먹고는 있다. 그래도 비염이 터지면 다 무슨 소용이냐만.
아무려나 비염 증상이 약간이나마 완화되면서 마른 기침이 생기다니 전체적인 증상의 완화가 아니라 집중공략에서 분산배치인가. 캬악.

2014년도 퀴어퍼레이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참여하셨지만, 더 많은 분이 참여하여 초과달성할 수 있도록 블로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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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퀴어퍼레이드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없다면.
작년 서울문화재단 기금에서 떨어진 퀴어문화축제의 소셜펀치 후원함을 기억하시나요? 여러분들의 열렬한 후원과 지지덕분에 작년 축제는 홍대 걷고싶은거리 일대에서 개최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축제 참가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1만 명이었습니다.
50여명의 사람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선지 15년, 퀴어문화축제는 1만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작년까지 열댓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기획해왔습니다. 기획단원들 중 활동비를 받는 사람은 상근하는 사무국장 한 명뿐입니다. 다른 기획단원들은 자신이 CMS 후원회원이 되어 축제를 후원하면서 활동해왔습니다.
올해는 서울문화재단 기금공모분야 중 퀴어문화축제가 지원 가능한 분야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마포구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는 마포구청에 다시는 퀴어퍼레이드에 장소를 빌려주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는 15주년을 맞아, 아시아 퀴어 단체들과 함께하는 ‘Asia Pride in Seoul’을 모토로 축제를 개최하려 합니다. 퍼레이드를 할 때에는 아끼고 아껴 대략 삼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듭니다. 이 삼천만원 가량의 비용은 퍼레이드 차량을 빌리고,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차량 위에 발판, 음향장비, 앵글 등을 설치하고, 공연행사를 위해 무대 및 음향을 설치하고, 부스행사를 위해 천막을 빌리고, 행사장 주변에 깃발을 설치하고, 퍼레이드를 위한 깃발 및 메인현수막 제작, 출연진을 위한 정말정말 소액의 인건비, 장소사용비용 등에 쓰입니다.
점점 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참가자들의 참여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축제 기획단의 부담도 늘어갑니다. 퀴어문화축제도 축제에 참가하는분들이 더욱 멋지고 신나는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행진 행렬을 좀 더 화려하고 멋있게 꾸미고 싶고, 참가자들이 더욱더 신날 수 있게 앰프 출력도 키우고 싶고, 차량도 더 멋있게 꾸미고 싶고, 출연진의 공연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무대도 보다 멋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출연진 인건비도 넉넉하게 드릴 수 있으면 좋겠고, 아슬아슬하게 최저임금을 받는 사무국장님의 인건비도 더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에는 서울시청측으로부터 광장사용반려가 되었습니다만, 올해 축제는 아시아인들이 함께하는 행사이니만큼 더욱 더 서울광장에서 개최하고 싶습니다. 매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축제가 다가오면 더 멋진 행사를 준비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커지지만 퀴어들의 짜릿한 하루를 위해 기획단원들은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시간을 쪼개고, 스스로 후원금을 내가며 축제를 준비합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 소셜펀치 후원금액이 올라가는 속도에 기획단들도 큰 힘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을 광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탄탄한 재정을 기반으로 비용 걱정 없이 축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올해의 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영문슬로건: Love conquers hate)입니다. 우리들의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것을 퍼레이드날 다같이 모여 이 세상에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퀴어문화축제에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소셜펀치 모금함을 통한 일시후원도 좋고,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셔도 좋습니다.  
cms후원하기:www.kqcf.org/xe/support 
*2014년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퍼레이드 일정: 2014년 6월 7일(토요일)
축제 홈페이지 주소: www.kqcf.org
문의전화: 0505-303-1998
메일주소: kqcf@daum.net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kqcf2000
트위터 계정: @kqcf (퀴어문화축제 계정) @qparade_kr (퍼레이드팀 계정)

몸에 독이 쌓인다

지난 금요일, 알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몸에 독이 쌓인다’고 중얼거렸다. 알바를 하면 그냥 사무보조 알바라고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단지 생계형 알바여서가 아니다. 공부하려고 대학원 입학했고, 대학원 다니려고 일을하다보니 공부를 못 하게 되는 악순환 때문만도 아니다. 그냥 하는 일에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몸에 독이 쌓인다.
이를 테면 많은 전화를 내가 받는데 그 많은 전화의 상당수는 다른 사람이 기획한 일을 문의하거나 다른 사람이 기획했고 그로 인해 화가 난 사람의 전화다. 그렇게 수화기를 통해 전해오는 욕설과 분노를 내가 받아야 한다. 전화가 잔뜩 올 만한 일을 벌이곤, 다음날 휴가를 낸다. 전화는 폭주하고 담당자는 휴가고 폭주하는 전화의 짜증과 분노를 내가 받는다. 나도 할 말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그 일을 하려고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그리고 알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나도 모른다, 내 책임이 아니다’고는 죽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에 전화를 한 적 있고,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태도와 전화 돌려막기에 분노한 적 있지 않은가. ‘내가 담당자가 아니어서 나도 잘 모른다’고 답하는 순간, 납득하고 그냥 끊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훈계하고 분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걸 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모르겠다. 내가 책임지고 싶지도 않고 책임질 수도 없는 그 일을 내가 받아야 한다. 내가 왜? 나도 모른다. 그냥 내 몸에 독이 쌓인다.
정작 내가 담당한 일은 이것저것 복잡하게 꼬여서 진행이 더디다. 수정해야 할 것은 잔뜩인데 다른 정규직 담당자의 발언권에 내 담당 업무는 뒤로 밀린다. 그리고 또 전화가 몰리고, 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더딜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수정하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는데 계속 뒤로 밀리니 일처리가 더디다.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지. 그냥 몸에 독만 쌓아간다.
이 일을 한지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엔 괜찮았다. 일 자체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돈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하지만 지금은 안 괜찮다. 갈 수록 짜증과 독이 몸에 쌓인다. 이 독을 어디에 풀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독은 누구에게도 풀어선 안 된다. 이 독을 받아 내야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있다고 해도 사실상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일을 관두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관두면 되지 않느냐고? 내가 먼저 그만두면 위약금 20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쪽에서 날 일방적으로 해고하면? 그냥 그런 거다. 어차피 이 사회에서 갑-을 관계란 그런 거다. 봉기하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는 세상이다.
몸에 독만 쌓인 상태로 앞으로 몇 달을 더 견뎌야 한다. 내년엔 다른 일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좀 더 오래 할까 했지만 아니다. 더 오래 할 일이 아니다. 그냥 올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겠다. 이 일을 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있으면 그냥 무난하겠다고 고민했다. 아니다. 이 일을 계속하면서 박사논문을 쓰다간 논문을 못 쓰고 내가 퍼지겠다.
… 요즘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 어찌하여 비염과 목감기와 컨디션 난조가 함께 왔다. 관습적 인사에 선뜻 “괜찮아요!”(씽긋)란 말이 나오지 않는 나날이다.
E가 있어서 참 고맙고 바람이 있어서 다행이고 음악이 있어서 다행이다. 몸에 독이 쌓이는 상태에서 수업 중심의 공부만 하다보니 마냥 유쾌하지만도 않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글을 잔뜩 읽어야 독이 조금은 희석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독이 몸을 타고 떠돈다. 이번 학기만 잘 버티면 될 텐데. 6월까지만 잘 버티면 어떻게 될 텐데. 언제까지만 버티면 어떻게 될 거란 바람을 참 오랜 만에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