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오늘 아침, KBS 라디오의 아침 방송 진행자가 오늘부로 그만두고 KBS도 그만둔다고 알림… 일면식도 없지만 매일 챙겨 듣던 방송이라 슬펐음. 그 기자는 탐사보도 전문이기도 했지만, 방송을 진행하며 게스트가 가짜 뉴스를 떠들면 정권 실세여도 가차 없이 화를 내고 싸우며 공중파 방송에서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참지 못한, 소중한 진행자였음.
이 기자는 2022 대선이 한창일 때 ㅈㄷㅇ 교수와 관련한 말도 안 되는 기사가 나올 때,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었음. 기자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지점이 왜 정당 정치 논쟁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쓸데 없는 짓이라며 당시 한국 대다수의 언론이 드러냈던 선정성과 추악함을 강하게 비판하고 ㅈㄷㅇ 교수를 위로하고자 했던 드문 언론인이기도 했음.
ㄴ.
KBS 라디오의 오후에는 경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진행자는 탐사 보도의 중요한 가치를 믿으며 기자가 가져야 할 반골 기질을 강하게 말했음. 또한 게스트가 이상한 말을 하면, 그 말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능숙하게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능력도 있었음. 그런데 근래들어 방송에서 곧 그만둘 것을 암시하는 말을 하고 있음.
그 방송에 고정 게스트로 나오는 중국 전문가 경제학자와 케미가 매우 좋은데, 그 경제학자가 진행자에게 너님 방송 그만두면 나랑 유튜브로 방송하자고, 구성과 기획도 대충 해뒀다고 말하니까 진행자가 그 말을 적극 받아들임. (둘이 고정 프로그램 만들면 무조건 구독해야 하는 그런 케미임)
슬픔.
ㄷ.
MBC 라디오의 아침 진행자는 현재의 방통위원장(ㅇㄷㄱ)이 임명되기 전까지, 이번에 다시 짤리면 같은 방송사,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두 번 짤리는 기록을 세우는 거냐는 드립을 하기도 했음. 사실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나는 그 방송이 공영방송의 오래된 가치를 유일하게 고집하는 방송이라고 믿고 있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방송임. 무엇보다 매주 금요일 10.29 참사의 유족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중파 방송이 가지는 가치와 태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기도 함.
ㄹ.
유튜브 시대에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무수하게 많은 유튜브 채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 공영 방송의 사회적 가치를 믿는 낡은 인간이고, 그래서 이렇게 정권에 따라 진행자가 교체되거나 교체될 위협을 느끼는 것이 매우 매우 화가 나고 슬픔.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상대 정당을 비난하기만 하는 구성이 싫은 나 같은 낡은 인간에게는 아침 라디오가 소중했기에 더 많이 슬픔.
ㅁ.
다른 곳에서라도 방송을 진행해주기를… 유튜브 방송을 개설하는 것이 대안이 되는 것이 곤란하다 싶을 때가 있지만 그렇게라도 탐사보도를 계속 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