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은밀하게.

복수의 기본은 내가 받은 괴로움을 상대방도 같은 질감으로 같은 시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이를 갈며 복수를 꿈꾸던 이를 단칼에 베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분이 풀릴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주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실천하는 복수 중엔 좀 다른 것이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이미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도록 하는 것이다. 복수 계획을 모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복수가 진행 중이란 점을 모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귀하고 중요한 자료를 찾았다고 하자. 국내에선 구하기 어렵고 어지간한 검색으로도 찾기 어렵다고 하자. 제목 만으로도 알 수 없고. 그런데 이 자료가 나보다 B에게 더 중요하며 B가 지금 겪고 있는 난관을 돌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자료라고 하자. 좋은 관계라면 나는 이 자료를 B에게 줄 것이다. 참고하라고 넘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뭔가 맺혔거나 상당히 불쾌한 일이 있었다면? 난 그에게 어떤 자료도 주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주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자료가 있는 것을 모른 척 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어떤 시기에 그 논문을 인용하며 글을 쓰겠지. 어떤 사람에게 이것은 복수가 아닐 것이다. 아니,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내가 복수를 하고 있음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복수란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단순히 같은 수준의 괴로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와주지 않는 것도 복수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요점은 복수란 때때로 은밀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은밀한 복수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론은 소통이다

어쩐지 양치기 소녀 같은 발언이라 두루뭉실하게 얘기를 하자면, 몇 년 전 떠들던 작업을 이제 슬슬 진행하고 있다. 물론 지난 몇 년, 그냥 놀지는 않았다. 그때도 분명 무언가는 했다. 차이라면 지금은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특정 시간을 잡아서 그 작업을 하며, 어떻게 그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을까 싶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제정신은 맞는데 그냥 앞뒤 구분을 못 했다. 뭐, 이렇게 사는 건 지금도 여전한 것 같지만. 냐옹.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혹은 그래서 참 재밌는 일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그래서 참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곧 내가 배운 지식을 타인과 나눈다는 것이다. 이론이 곧 소통할 수 있는 언어여야 한다. 이론은 언어지 지식 자랑이 아니다. 하지만 이론은 지식 자랑이기 쉽다. 쉬운 소통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지식 자랑이기 쉽다. 그래서 이론을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론 자체의 지식이나 앎이 어려워서만이 아니다. 그렇게 배운 것을 타인과 나눌 수 있도록 바꾸는 작업이 필요해서 어렵다. 그래서 퀴어이론 입문서, 철학 입문서 등을 집필한 저자는 모두 대단하다. 그리고 할 얘기를 양보하지 않으면서 쉽게 쓰는 저자는 더 대단하다.
아무려나 쉽게 특정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지, 얇팍한 지식으로 껄떡거리는 나의 태도는 참으로 한심하다.

클라우드 서비스, 자료 백업

일전에 적었듯, 구글 계정 용량을 1TB로 전환했다. 용량이 상당히 넉넉하단 뜻이다. 현재 사용량은 73GB 정도. 뭘, 이렇게 백업하거나 저장할 게 많냐고? 작정하고 백업하고 있다.
구글 계정을 만들면 누구나 15GB를 사용할 수 있다. 요즘 한국 포털사이트나 통신사의 웹하드를 이용하면 50GB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실제 사용한 적이 없어서 들은 말로 옮길 뿐이다). 중국의 바이두 클라우드를 비롯한 몇 가지 클라우드/웹하드 서비스는 36TB 혹은 그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구글을 선택했다. 이유는? 그나마 믿을 수 있어서(사용하던 주요 이메일 서비스의 운영 회사가 문을 닫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났더니 그 다음부턴 국내 1위가 아니라 세계 1위 수준의 서비스만 사용하게 되더라. 크흑.. ㅠㅠ) 아무려나 이렇게 15GB의 용량을 사용할 땐 좀 불안했다. 결코 많은 용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메일 전용이거나 문서 작업만 한다면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저장한다면? 15GB에서 100GB로 용량을 확장한 이유는 사진을 저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것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100GB? 금방 채운다.
걱정은 사진만이 아니었다.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이런저런 강의를 하거나 행사에 참여하며 음성 파일을 녹음하곤 했다. 작년엔 녹음을 별로 안 했지만 그래도 그 용량이 상당하다. 이 파일을 백업할 곳이 필요했다. 트랜스젠더 관련 영상 파일도 별도의 백업이 필요했다. 고전적 영상부터 다양한 영상이 외장하드에 있긴 하다. 두 개의 외장하드에 동시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외장하드는 불안하다. USB, 외장하드, 노트북의 하드에 저장한 자료를 날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느날 컴퓨터가 켜지지 않는다면? 어제까지 잘 사용하던 외장하드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다면? 둘 다 겪은 일이다. 500GB 외장하드가 어느 날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서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물리적 저장공간을 덜 신뢰한다. 나의 부주의가 야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럼 나는 나의 사용방식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장하드 말고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100GB는 부족하고 클라우드에 백업할 별도의 공간은 필요했다. 당시 1TB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바로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1TB의 월사용료가 대폭 줄었다. 그래, 이거야!
월 사용 용량을 1TB로 전환한 다음부터 부담없이 백업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마음이 편하다. 구글 클라우드를 100% 확신하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어떤 자료가 누락될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그 자료를 열람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다. 이건 확실히 장점이다. 강점이다. 지금도 자료를 백업하고 있다.